그간의 전작을 통해 소소한 일상과 가족, 휴머니즘적 시선을 잔잔하게 담아내었던 박흥식 감독은 이 영화에서 그 배경을 서울의 70년대 말로 옮겨 잊혀 간 소중한 것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이어간다. 사우디에 간 아버지와 화장품 외판원인 촌스러운 엄마, 간호사가 되기 위해 상경했지만 학력 때문에 보조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옆집 누나, 중학교에 올라온 후 쌈짱이 된 초등학교 동창과 옆집에 사는 다운증후군 아이, 그리고 철부지 여동생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의 캐릭터라기보다 70년대 말 격동의 남한 사회를 보여주는 풍경들이다. 어느 날 주인공 광호의 손에 도착한 행운의 편지는 아이러니하게도 "4일 안에 다른 사람에게 보내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는 저주를 단 채 수신자도 발신자도 그 기원도 불명확하게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고, 그 저주의 독 때문인지 광호의 주변 사람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간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그렇게 사라져간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따뜻한 위로를 보내는 한국사에 대한 매우 사적이며 감동적인 송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