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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성장담이라 노골적으로 지칭하는 영화들이 있다. 드라마틱한 사건을 중심에 두고, 그걸 겪기 전과 겪은 후의 자아를 대비시키는 영화적 화법은 그 시절의 내면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더 나아진 변화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더 나아진 변화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더 나아진 변화가 아니라, 그 시절을 흔들던 미세한 마음의 결을 기억해야 한다. <동물원>에는 동물원과 네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되묻게 된다. 이것은 성장영화인가? 체험학습을 위해 동물원에 모인 동급생들의 구성이 좀 이상하다. 주인공인 소년1과 그 소년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범생 소녀2는 또래로 보이는데 이들에 비해 소년3과 소녀4는 한눈에도 형과 누나뻘로 보인다. 게다가 앞의 두 아이들과 달리 뒤의 아이들은 성적으로도 훨씬 조숙해 보인다. 문제는 소년1이 소녀4를 좋아하고 그의 감정을 소녀4가 이용하고 있으며, 네 아이들 사이에 이성을 향한 묘한 질투와 인정욕구의 감정이 들어서게 된다는 점이다. 어울리지 않는 불균형한 관계들이 동물원이라는 인공적인 공간과 만나며 어딘지 기괴해지는 이 영화는 성장영화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한다. 이 영화에 호기심이 생기는 이유다. (남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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