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밸런스는 열 세 살의 소녀가 맞이한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이다. 중학생인 주인공 치아키는 도무지 균형이 맞지 않는 인생을 산다. 공포영화만 빌려보고 같은 반 아이들을 멀리하는 그녀의 일상은 두 개의 원칙에서 비롯된다. ´쿨하게 살 것´ 과 ´친구를 만들지 않을 것´. 이게 정말 쿨 할까? 하지만 그녀의 세계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두 개의 원칙은 어린 시절 이지메로 상처받은 그녀가 세상을 살기 위해 만들어낸 최소한의 방어 장치라는 것을. 그런 그녀가 비 오던 어느 날 방 녹색 코트를 입은 남자 ´기쿠(국화)´ 와 조우한다.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소문의 인물로 치아키가 착각했던 그는 조그만 게이바를 운영하는 게이다.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소녀, 험한 세상을 그럭저럭 살아온 중년의 동성애자. 기이한 만남, 기이한 우정, 그리고 이어지는 한 소녀의 자기회복. 어찌 보면 성장과 치유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지만, 오프 밸런스는 소녀의 상상력과 은근한 통찰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직설적인 표현과 판타지의 수법을 교차시키는 토가시 신 감독의 연출은 치아키의 심리와 함께 움직이며 기분 좋은 공명을 만든다. 이지메라는 것이 한 인간의 트라우마로 남아 지속적인 피해를 준다는 시각 또한 가볍지 않다. 언어와 국적이 다르지만 결코 멀리 있지 않은, 어디선가 만날 것 같은 한 소녀의 청춘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