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무소의 전문 기사인 R씨는 멋진 집에 사랑스런 아내와 소 한 마리가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있다. 늘 그렇듯 R씨는 이웃 사람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이웃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듣고 있던 R씨는 갑자기 일어나서 큰 촛대를 들고 옆집 남자와 부인, 아이까지 때려죽인다. 다음날 사무실에 형사가 도착하고 R씨는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된다. 사실, 영화는 제목의 물음에는 대답이 없고 대답할 마음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R씨가 미쳐 날뛰는 이유는 피상적으로만 엿볼 수 있다. 기존의 관습으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삶에 대한 회의와 반항이 바로 그것이다. 전통적인 ´소외´의 개념에서 보면 R씨가 광란하는 이유는 자아와 그를 둘러싼 환경 사이의 거리감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R씨는 그 둘 사이의 연결을 시도하지 않는다. 그리고 감독은 R씨의 심리 변화를 표현하기보다는 고집스럽게 전개되는 상황 묘사에만 충실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R씨의 행동에 대해 확실한 추측을 할 수는 없다. 다만 동창생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R씨가 주변에 대해 무정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본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이 대화를 통해 유일하게 R씨는 자신을 드러내고 자발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