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는 어린 딸을 잃은 여성의 잔혹한 복수극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 정순정을 숨기지 않고, 연쇄 살인의 배경에는 그녀의 딸 민아의 죽음이 있다는 사실도 암시한다. 문제는 살해 대상의 면면이다. 그들과 사건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제시되지 않는다. 관객에게 감지되는 것은 살해된 이들이 대부분 돈이 많거나 건방지고 무례하며 이기적이라는 사실이다. 후반부에 이들이 어떻게 민아의 죽음에 기여했는지가 밝혀지지만, 그들의 잘못이 무례한 성격 탓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구조적인 모순이나 폭력보다 이른바 ´싸가지 없음´과 ´괘씸죄´가 가장 극렬한 적대의 대상이 되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 정순정의 살해대상 인물들의 면면은 치밀하게 의도된 범죄보다 더 큰 공분을 야기하고 그들의 죽음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것은 대중영화의 현명한 선택이라 할만하다. <오로라 공주>는 여성감독이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운 대중영화로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했다는 점에서 격려되어야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