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강아지 스튀레의 느릿느릿한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애니메이션 <스튀레와 피카소의 모험>은 여행과 모험, 수수께끼 같은 등장인물들, 신비한 마술과 고대 이집트 미라에 얽힌 음모, 그리고 검은 돈이 오가는 거래 등등, 탐정소설에 등장할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스튀레와 친구 피카소의 단순한 여행에서 시작되지만 낯선 상황과 인물들을 만날수록 새로운 호기심이 증폭되며 질문도 펴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하나하나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듯 그 질문을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실재와 허상, 예술과 상상력을 넘나드는 녹록치 않은 통찰과 만나게 된다. 화가 친구 피카소(!)가 거듭 주장하는 것처럼 "예술은 진실을 드러내는 거짓"이라는 주제야말로 이 영화를 떠받치는 바탕색과도 같다. 있지도 않은 미이라를 만들어 팔아먹으려는 음모, 커다랗게 부풀려진 그림엽서에 불과한 피라미드, 번번이 방을 잘못 찾아 들어가는 주인공, 그로 인한 오해와 혼란, 불에 탄 고기 몇 조각뿐인 프랑스 요리... 사람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연연해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거짓의 세계가 자리 잡고 있게 마련이다. <스튀레와 피카소의 모험>은 우리가 믿고 있는 세계 역시 일말의 거짓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의 여백과, 욕심 때문에 보아야 할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매력적으로 일깨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