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실패로 10년 만에 귀국한 민수는 고향 집을 처분하기 위해 고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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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은 적은 등장인물로 작은 규모의 이야기를 펼치는 미니멀리즘 계열 영화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유학과 직장 생활을 했다는 민수가 어느 날 고향 집을 찾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에게 건넬 말을 한참 되뇌다 집 안으로 들어간 민수는 아버지 대신 낯선 중년 여성 홍미를 만난다. 그는 아버지와 이 집에서 동거 중이다. 민수는 홍미를 무시하면서 자신의 의도를 실현하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는 와중 고향에서 함께 자랐던 친구 현철을 만나게 된다. 이 정도가 이 영화의 주요 구성 인물과 얼개로, 대단히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펼치지도 않고, 보는 이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출렁이게 하지도 않는다. 대신 드문드문한 대사와 빠르지 않은 전개로 주인공 민수의 감정이 서서히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보일 듯 말 듯한 변화는 민수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환경을 통해 잘 드러난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무렵 촬영된 이 영화는 산수유가 피어나기 시작해 복숭아꽃이 움을 틔우고 은행나무에 이파리가 파래지는 과정을 통해 인물의 내적 흐름을 짐작하게 한다. <입춘>의 미학적 성취는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촬영지인 강릉 복사꽃 마을 또한 이 영화 주인공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민수 역할의 이재리와 홍미 역할의 안민영은 눈빛과 표정만으로 감정을 온전히 보여주며 영화 속 공기 밀도를 채운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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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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