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영화계에는 파괴의 정신이 필요하다. 비슷한 영화를 투자, 제작, 배급하는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마음가짐의 변화 없이는 어떤 희망도 없다. 이에, 전주국제영화제는 여러 섹션에 걸쳐 20세기 전 세계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었던 아방가르드 영화를 대표하는 인물과 작업을 소개한다. 과거 혁신의 정신이 현재 한국영화 속 잠재된 에너지를 깨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미국 사회는 베트남 반전운동과 민권운동 등으로 격변이 일고 있었다. 이 시기, 뉴욕의 아티스트들은 언더그라운드 영화들을 통해 이러한 정치 사회적인 변화와 영화 문화, 그리고 예술 재현 방식의 변화를 머금은 새로운 시도들과 혁명을 주도했다. 이 섹션은 새로운 시기에 탄생한 '뉴욕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세 아티스트,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잭 스미스, 그리고 캐롤리 슈니먼의 대표작들을 큐레이션한 하나의 '장'이다. 특히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버지,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의 작품들 그리고 잭 스미스와 캐롤리 슈니먼의 몇 작품들은 한국 최초로 공개되는 것으로서 현시대의 하이브리드 매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도 환영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네필전주는 전복적인 스타일로 장르영화의 전형성을 깨트린 영화를 위주로 큐레이팅 됐으며, 스페인영화 형식을 재발명했다고 일컬어지는 페라 포르타베야의 100세를 맞아 '게스트 시네필' 부문을 통해 그가 제작한 영화와 연출한 영화(실험영화, 퍼포먼스,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또한 무협과 액션코미디로 대표되는 홍콩 주류 영화사가 주목하지 않던 독립예술영화를 소개한다. 때로는 소재와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때로는 제작 방식의 측면에서, 영화가 창작자의 정신과 만나 특이성을 만드는 영화를 공개한다.
올해 초 영화의 별로 떠난 배우 안성기의 영화 세계를 되돌아보기 위한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를 개최한다. 그는 '국민 배우'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영화에 등장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많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도 흔쾌히 출연하면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에 동참했다. 광복 후 일본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했고, 한국과 폴란드 합작 영화에 최초로 출연했으며, 친구 딸과 연애하는 역할을 하거나 독립영화에 개런티 없이 출연하면서 영화의 품격을 올려놓았던 안성기의 영원한 도전을 기리기 위한 행사다.
지난해 특별전으로 발표한 '가능한 영화'라는 콘셉트는 한정된 조건에도 영화제작을 최우선으로 두는 영화인들의 작업을 선보였다.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독보적인 영화 세계를 만드는 이들의 다양한 사례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영화 만들기를 고민하게 했다. 특별전을 기념하는 책자가 7개월 만에 매진이 되는 호응 속에 전주국제영화제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강조하고자 '가능한 영화'를 올해부터 영화제의 고정 섹션으로 신설하고자 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의 말을 빌어, 혼돈의 시대에도 본질적인 삶과 영화의 가치를 연결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가능한 영화를 추구하는 이들을 지지하고자 한다.
박세영 감독과 일본 우가나 겐이치 감독의 미니 특별전은 위에서 언급한 '가능한 영화'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박세영 감독은 뮤직비디오, 기업 광고, 무대 배경 영상, 홍보용 동영상 등 소소한 규모부터 나름의 대작까지 가능한 모든 영상물을 만들어 가면서 자신의 꿈을 일구고 있다. 지난해 로카르노영화제에 진출했던 <지느러미>(2025)는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 행사는 그의 창창한 미래를 엿보기 위한 것이다. 한편, 일본 장르영화 감독 우가나 겐이치는 지치지 않는 활력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검은 폭동>(2016)으로 데뷔한 그는 호러와 펑크 등 다양한 장르영화로 주목받았고,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된 <록 밴드 게스이도즈>(2024)로 전 세계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2025년 한 해에 무려 4편의 장편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미니 특별전은 그의 영화 제작 방법론에 관해 듣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변영주 감독이다. 일찍이 여성주의 영화 모임 바리터의 중심인물로 활동했고 이후 영화사 보임을 만들어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1995)을 발표해 국내외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변영주 감독은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에 대한 삼부작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2>(1997), <낮은 목소리 3 - 숨결>(1999)을 완성했다. 이후 그는 <밀애>(2002), <발레교습소>(2004), <화차>(2012) 같은 영화를 만들었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2024),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2025)처럼 개성이 짙은 드라마를 연출해왔다.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한국영화계에서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은 여성 감독으로서 오랜 시간을 버텨온 그의 영화적 원천을 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축제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여 콘텐츠의 밀도를 높이고, 전주라는 도시가 지닌 고유한 공간성과 분위기를 바탕으로 관객과 참가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경험을 강화하고자 한다.
영화의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객 참여형 이벤트와 프로모션 부스를 운영해 영화제 기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축제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전주 곳곳의 문화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이 영화제와 함께 전주라는 도시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영화 IP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형 콘텐츠를 마련하고, 영화제의 문화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기존 시네필 중심의 관객층을 넘어 가족 단위 관광객과 일반 방문객 등 보다 폭넓은 관객이 영화제를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 전시 프로그램인 ‘100 Films 100 Posters’를 통해 영화와 디자인, 미술을 아우르는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올해는 ‘극장 문화’를 주제로 시네마틱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부대 전시와 대담도 함께 진행한다.
전주만의 독특한 상영 프로그램인 ‘골목상영’을 영화의거리 골목과 전주 한옥마을 등 특색 있는 공간에서 운영하여 전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관람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 스포츠의류 브랜드사와 협업하여 진행할 도심 속 캠핑 상영도 이번 영화제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를 방문하는 모든 참여자가 보다 편안하게 영화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운영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관객과 게스트, 프레스 등 각 참여자의 영화제 경험 전반을 고려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지향한다.
ESG 경영 실천의 일환으로 친환경 굿즈를 확대하고 재사용과 순환을 고려한 운영 방식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영화제 모델을 강화한다. 또한 영화의거리 내 행사 공간을 관객 동선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셔틀버스 노선을 개선하여 이동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지원과 상영 저변 확대를 통해 영화 문화 향유권 증대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는 총 15편의 배리어프리 상영작을 편성하고 안내 영상 제작을 확대하는 등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통합적 관람 환경 조성을 계속한다.
게스트 운영 측면에서도 편의를 강화한다. 게스트센터 운영 시간을 확대하고 초청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보다 체계적인 초청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전주의 음식과 지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게스트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영화제와 함께 전주라는 도시를 기억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프레스 지원 환경 역시 개선한다. 상영관 내 취재 환경을 정비하고 프레스센터 운영 시간을 확대하여 국내외 언론의 취재 여건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영화제로 발전하고자 한다.
지역 대학 및 기관과의 산학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지역 인재 양성과 영화제 운영 경험을 연결하고, 지역 영화·영상 단체와의 협업을 확대하여 지역 영화인의 참여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문화 인프라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영화제가 지닌 사회적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
지역 제휴 업체와의 협력은 단순한 제휴 확대보다는 업체 특성을 반영한 이벤트와 프로모션 중심으로 운영한다. 식당, 카페, 의류점 등 다양한 업종과의 협업을 통해 관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향후 유료 제휴 모델로 확장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예산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보다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소모성 지출을 최소화하고 장비와 시설의 공동 활용 체계를 통해 자원의 중복 투입을 줄인다. 또한 핵심 사업 중심으로 예산을 재배분하고 외주 및 행사성 예산을 축소하는 대신 내부 역량을 활용한 자체 추진을 확대하여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실행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간 협찬 및 후원 프로그램을 다각화하고 지역 콘텐츠 기업 및 기관과의 공동 사업, 정부 및 지자체 공모사업 연계를 통해 외부 재원 확보를 확대함으로써 영화제의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