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X전주국제영화제] #4 기획: 전주시네마프로젝트 10주년
2023-04-30 09:00:00

전주시네마프로젝트 10주년, 향후 10년의 청사진을 그리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이하 JCP)가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JCP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직접 국내외 독립·예술 장편영화에 제작·투자하여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0년간 33편의 작품이 JCP를 통해 만들어졌다. 국내에선 <산다>의 박정범 감독, 최근 <거미집>의 각본가로도 이름을 올린 신연식 감독을 시작으로 하여 김대환, 김종관, 임흥순 등의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지지했다. 또 에리크 보들레르나 로이스 파티뇨 등 해외 유수 예술가들과도 협업해 왔다. 전신인 ‘디지털 삼인삼색’의 가치관을 계승하며 독립, 대안, 혁신이라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고이 지켜온 것이다. 문성경 프로그래머의 표현처럼 “새로운 목소리를 자유로이 내는 창작자들의 보호 구역이자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 수지 타산에서 벗어난 영화들의 해방구”였다.

그러나 당면 과제가 많다. 팬데믹으로 인한 영화산업의 변화, 영화 제작비의 증가, 프로젝트 선정작의 배급·상영 문제, 수익 모델의 필요성 등이 프로젝트의 개선을 피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JCP의 지속 가능성과 유효성을 논의해야 한다는 내외부의 의견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에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여 JCP의 성취를 기념하는 동시에 앞날의 계획을 논의한다. 먼저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서의 영화제’에서 10편의 JCP 화제작을 상영한다. 올해 <문재인입니다>로 전주를 찾은 이창재 감독의 흥행작 <노무현입니다>, 올해 폐막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희정 감독의 <설행_눈길을 걷다>, 제72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다미앙 매니블 감독의 <이사도라의 아이들> 등이 다시 상영된다. 특별 책자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의 영화제’를 꿈꾼 10년>도 발간된다. 전주국제영화제 초대 프로그래머인 정성일 영화평론가, JCP를 기획한 김영진 전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상용, 장병원 전 프로그래머가 참여하여 JCP의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 계획을 제시한다. 지난 JCP 작품들에 대한 국내외 여성 평론가 30인의 비평도 실린다. 또 5월 1일엔 ‘전주컨퍼런스 2023’을 통해 JCP의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JCP에 참여했던 국내외 영화감독, 제작자가 자리해 제작 경험을 나눈다. 또 문성경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선댄스영화제 프로그래머 애쉬 호일,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한국 담당 선정위원 스테판 이반치치 등 국내외 영화제 관계자들이 모여 엔데믹 시대 영화제의 역할을 논의한다.

박태준 전주프로젝트 총괄 프로듀서, “관객과 만나는 게 중요하다”

지난 2월 전주국제영화제는 2019년 12월 이래 공석이었던 전주프로젝트 총괄 프로듀서 자리에 박태준 버디필름 대표를 선임했다. 박태준 대표는 24년간 <마더>, <설국열차>, <뷰티 인사이드>, <아가씨> 등의 기획·제작에 참여해온 뼈 굵은 현장 제작자다. 제작, 투자, 배급, 상영에 걸친 실무 감각이 JCP의 난점을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임 3달 차, 한창 정신없는 박태준 총괄 프로듀서를 만나 JCP의 안정적 성장을 꿈꾸는 그의 밑그림을 훔쳐봤다.

- 전주프로젝트 총괄 프로듀서로 부임한 소감은?

= <설국열차>부터 다수의 독립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하며 느낀 건 독립·예술영화의 제작 환경이 훨씬 힘들단 점이다. 상영·배급의 문제, 독립영화 전용관의 부재, OTT로 인한 투자 위축에 독립영화 창작자들은 고난과 외로움을 꾸준히 토로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JCP는 독보적인 존재다. 독립·예술영화의 갈증을 해소해 주면서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을 성공적으로 지켜오고 있다. 다만 10년의 성취를 대단하게 생각하면서도 조금의 아쉬움이 있긴 하다. 험한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 그런지 일의 진척이 좀 느리다는 느낌. (웃음) 그러니 JCP의 유지, 확장, 발전을 더 빠르고 확실하게 이끌어 보려 한다.

- JCP가 당면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 먼저 전반적인 방향성 문제다. JCP는 초창기에 단순한 제작 지원의 형태였다가 점차 프로듀서의 역할까지 맡게 됐고 최근엔 투자사의 포지션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의 10년에선 이 중 어느 역할에 더 무게를 줄 것이냐가 주요 논의 지점이다.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라면 IP를 확보하고 배급·상영까지 관여해야 한다. 수익 모델의 구축도 필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창작자들의 창의성을 제한할 위험성이 있다. 이건 JCP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니만큼 각별하게 조심해야 한다.

- 총괄 프로듀서로서 택할 방향성은?

= 현장에서 지켜오던 방향성을 유지, 보완할 예정이다. 조금 유치하지만 줄곧 밀던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3통 정책’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독립영화, 다중에 유통되는 다큐멘터리, 통통 튀는 단편영화라는 뜻이다. (웃음) 핵심은 제아무리 독립·예술·실험영화일지라도 관객과 만나야 한단 거다. 영화에 투입된 자본과 노동력, 영화인들의 피땀이 결실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제작, 투자, 배급, 상영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JCP가 진행 중인 전주랩, JCP 넥스트에디션처럼 제작 피칭에서 후반 작업까지 JCP의 영역으로 포괄하면서 영화 제작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 JCP의 예산 규모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 맞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는 10년 전과 비슷한 편당 1억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 중인데 현재 상황에서 장편 하나를 만들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단지 자본의 규모가 문제는 아니다. 앞서 말한 방향성의 문제와 결부되는 부분인데 제작 지원에서의 1억과 투자에서의 1억은 무척 다르지 않나. 가령 1억원을 지원하는 형식이라면 작품이 다른 해외 프로그램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충당할 수 있으나 JCP의 월드프리미어 규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편 투자사로서 예산 규모를 늘린다 해도 어떻게 투자금을 회수할 것인지의 큰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단순하고 명확한 답은 없다. 차차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 JCP의 도전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 여건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 그래도 성공해야 하지 않겠나. (웃음) 작품별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서 제작·투자, 배급·상영생태계를 잘 만들어 볼 계획이다. 누적된 수익으로 수익성이 적은 실험영화도 제약 없이 선정하면서 JCP의 색깔도 지킬 것이다. 사실상 다섯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망이다. (웃음) 다만 오랜 현장 경험에 따르면 일단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방법이 나온다. 내년, 그리고 10년을 바라보며 잘 준비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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