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비성의 무초」의 실황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음악영화다. 박세영 감독과 부안에서 촬영한 영상은 단색광 무대와는 또 다른 미장센을 구성한다. 한국 불교 의식 '영산재'에서 영감을 받은 가야금 사운드 퍼포먼스는 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에 대한 화답이자 질문이다. <라 플랑트 당상트 드 데자스트르>는 재앙 한가운데서 춤추는 풀들의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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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플랑트 당상트 드 데자스트르>는 실험적 가야금 연주자인 조선아의 공연 「비성의 무초」(La plante dansante de désastres)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다. 2024년 12월 서울에서 공연된 「비성의 무초」는 "악기를 신체로, 신체를 악기로 인지하는 연주자의 수행적 실천"으로, 당시 내란 사태 속에서 공연되었다. 이 영화는 실황의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조선아의 사운드와 박세영의 이미지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형태로 탄생한 영화다. 조선아가 가야금을 연주자 자신과 동일시하며 연주하는 몸을 하나의 대안공간으로 상정한다면, 박세영은 풍경과 사물의 표면을 하나의 신체처럼 다룸으로써 낯선 존재감을 형성한다. 영화의 처음과 끝, 그리고 중간을 가르는 필드 레코딩된 파도 소리는 바다의 이미지와 때로 겹치고 때로 어긋나면서 특유의 운동을 만들어 낸다. 공연에서 저압 나트륨 램프로 보여진 단색의 조명은 영화에서 부안의 풍경과 바다 모습의 변형 속에서 표현됐다. 붉음에서 노랑으로 이행하는 빛과 용암을 닮은 포말, 그리고 바위의 촉감 등 이미지에 대한 박세영 특유의 노선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철학자 한병철의 저서 『아름다움의 구원』의 한 구절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살기에는 너무 죽어 있고, 죽기에는 너무 살아 있다"는 이 작업의 배경에 놓여 있다. '재앙 한가운데서 춤추는 풀들의 축제'(La plante dansante de désastres)라는 뜻의 <라 플랑트 당상트 드 데자스트르>는 재앙과 아름다움, 제의와 저항 사이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연주이며 영화이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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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아
JO Seonah
박세영
PARK Sye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