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남매는 오랜만에 가족과 한자리에 모인다. 그러나 아버지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들 사이의 균열이 드러나고, 가족은 서서히 붕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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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래를 알 수 없음에도 '전생의 원수가 가족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 세상에서 흔히 통용되는 건 많은 이가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겨진>에 등장하는 가족이야말로 모두가 서로를 전생의 원수로 생각할 법하다. 영화는 가족 모임에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시작되는데 조마조마하던 분위기는 막내딸 가은이 만취 상태로 등장하면서 폭발하고야 만다. 딸은 아버지에게 "돈과 여자에 미친 새끼"라 하고 아버지는 "이 남보다 못한 새끼들"이라며 삼남매를 욕한다. 이 갈등의 원인은 영화가 흘러감에 따라 상세히 드러나지만, 쉽게 짐작할 수 있듯 돈 문제다. 이 가족 구성원들은 가산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다퉈 왔고, 마침내 가은과 아버지의 소송으로까지 발전했다. 영화는 아버지와 함께한 첫 가족 모임에 이어 삼남매끼리 모이는 두 번째 가족 모임에서 갈등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 자리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야기가 끼어들면서 삼남매 사이의 대립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큰언니의 남편까지 가세하면서 이 가족은 말 그대로 해체 직전에 이른다. 하지만 누군가 전생의 원수들을 가족으로 만나게 했다면, 여기에는 원수끼리 단 하나뿐인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라는 깊은 뜻이 있었으리라. <남겨진>은 무너져 내리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들을 다시 가깝게 해줄 수 있을 가느다란 실마리 또한 드러낸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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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Jéro 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