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의 뜨거운 여름, 화려한 도심의 소음에서 불과 몇 걸음만 들어가면 낡고 허름한 건물들 사이 '요셉의원'이 나타난다. 수십 년간 의료 사각지대의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어온 이곳이 도시 재개발로 인해 서울역으로 이전해야만 한다. 아지랑이가 피는 여름, 병원의 마지막 날을 준비하는 의료진과 환자들의 작별, 그리고 서울역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통해 장소가 품고 있던 기억과 이어지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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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요셉의원은 1987년 극심한 빈민가였던 관악구 신림동에서 개원해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환자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보며, 그들의 자활을 위하여 최선의 도움을 준다'는 이념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7년 영등포역 부근 쪽방촌으로 이전해 어려운 이들의 벗이 되어 왔다. 그리고 이곳은 영등포 지역 재개발에 따라 2025년 7월 업무를 중단했고, 8월에 서울역 인근 동자동으로 이전했다. <사랑, 우린 멀리 이곳에>는 이곳이 문을 닫기까지 몇 달의 일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병원 구성원들이 영등포 쪽방촌 주민뿐 아니라 인근의 노숙자와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무료로 진료하고 식사까지 제공하는 일상을 이 영화는 조용히 소개한다. 의료진과 수녀, 그리고 수많은 자원봉사자 들은 그저 자신의 생활인 양 고통받는 환자를 돌보고, 집을 찾아가 약을 나눠주며, 거리에서 아픈 이를 찾아 병원으로 모신다. 이들이 자신의 일을 남들에게 떠벌이지 않듯, 영화 또한 이들의 일을 성자의 행동으로 포장하지 않는데, 오히려 이러한 담담한 시선이 더욱 큰 감동을 전달한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내가 자리할 곳이 어디인지 진심으로, 그리고 깊이 고민하게 하는 영화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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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Kyoungwon | wwon88@naver.com
김경원
KIM Kyoung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