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국사회는 또다시 좌우로 갈라져 극심한 혐오와 폭력을 일삼는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이 혐오의 감정을 찾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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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감독의 <비대면의 시간>은 상당히 긴 시간대를 포괄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쳐 현재까지 10년 가까운 기간 그가 담아낸 영상이 엮여 있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1장 '분단'은 제목 그대로 그 시간 동안 한 치의 변화가 없던 남북 관계의 현실을 보여주며, 2장 '혐오'는 단지 혐오의 논리만으로 세월호특별법, 차별금지법, 학생인권조례 등을 거부하는 세력의 목소리를 전하고, 3장 '통증'은 정치 얘기만 들으면 숨이 막힌다는 한 여성의 고통으로 시작해 남태령 투쟁과 중국 동포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4장 '선악의 저 편', 5장 '악한 자의 가면', 6장 '비대면의 시간' 또한 퀴어, 재일교포, 위안부 문제, 그리고 너무 오래 지속되어온 남북의 '비대면의 시간'을 보여준다. 남태제, 김진열 감독과 공동 연출한 <바로 지금 여기>(2024)를 제외하면 <성수동 족쟁이들>(2018) 이후 8년 만에 만든 문정현 감독의 단독 연출작 <비대면의 시간>은 그동안 그가 상당한 고민을 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포괄하고 있는 문제들은 독립적으로 떼어낸다면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수 있을 정도다. 어쩌면 문정현 감독은 대한민국 사회에 팽배한 혐오와 증오, 그리고 차별이라는 문제를 특정한 관점으로 재단하는 대신 최대한 각자의 입장에서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가 비전향 장기수 김영식 선생의 삶을 챙기는 동시에 광화문의 목사를 인터뷰하고 '빨갱이'를 규탄하는 노인들과 막걸리를 함께 마실 수 있던 것도 그런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비대면의 시간>이 어설픈 가치중립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쉽사리 특정한 입장의 결론을 맺지 않는 건 그 탓인지 모른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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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MUN Jeong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