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영화를 못 찍는 감독 연화에게 첫 단편 속 주인공이 정령으로 나타난다. 정령은 "네가 영화를 안 찍어서 내가 늙었다"며 영화를 찍으라 종용한다. 사비로 77분짜리 장편에 도전한 그녀는 사라진 배우를 찾아나선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던 그 여정은 급기야 영화의 신까지 불러들이는데... 꼬여버린 인생 끝에서 그녀는 묻는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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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은 77분>은 영화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메타 영화이자 바로 이 영화 <러닝타임은 77분>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제작기처럼 읽힌다. 사실 정령이며 영화의 신이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판타지 요소는 그저 새로운 영화를 기획하는 감독의 명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감독이 이러한 요소를 빌미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 것을 스스로에게 주입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때문에 영화 속 주인공 김연화라는 캐릭터와 이 영화의 정하린 감독이 디졸브되는 건 어쩔 수 없다. 2013년 <앵두야, 연애하자>로 화려하게 데뷔한 뒤 아직까지 두 번째 장편영화를 만들지 못한 그의 사정은 연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아마 그동안 시나리오를 쓰고 캐스팅을 하고 수정하다 결국 영화가 엎어지는 일이 무한하게 반복됐다는 연화의 이야기는 정하린 감독의 실제 삶을 반영한 것이리라. 연화가 영화 속에서 사라진 배우 조아영을 찾으면서 새로운 영화를 꿈꾸는 과정이 유난히 간절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사정 탓 아니었을까. 따지고 보면 서글프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을 유쾌하고 밝은 코미디로 묘사한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다. 연화 역의 이윤지와 정령, 조아영 두 역할을 소화한 홍수현처럼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도 신선하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건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77분'이라는 사실이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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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린
JUNG Ha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