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및 지역공모 선정작 발표
-한국단편경쟁 극영화 19편, 다큐멘터리 1편, 실험영화 3편, 애니메이션 2편 선정
-한국단편경쟁 출품 경향 “굳어진 제도를 일깨워 흔드는 질적 전환의 시도”
-지역공모 5편 선정…호러, 하이틴, 드라마 등 다채로운 장르 포진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한국단편경쟁 및 지역공모 선정작을 발표했다.
한국단편경쟁 선정작 스틸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개월간 한국단편경쟁에 대한 공개모집을 진행했다. 올해는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1,332편이 접수됐으며, 그 가운데 25편이 최종 선정됐다.
한국단편경쟁 심사에는 영화평론가 겸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상영작 <늦은 산책>(2023)을 공동 연출한 김병규 감독,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인 <해마 찾기>(2016)와 <파란 나라>(2020)의 김영글 감독,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감독상 수상작인 <유령극>(2023)의 김현정 감독,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수상작인 <당신으로부터>(2023)의 신동민 감독, 이보라 영화평론가, 조현나 『씨네21』기자, 문석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역대 최다 출품수를 기록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코로나19 팬데믹과 극장의 위기라는 또 다른 제약을 거치며, 단편영화 창작자들은 분명 양적 활기를 되찾은 듯하다”라고 심사평의 운을 뗐다. 이어, 올해 한국단편경쟁 작품들이 남긴 인상에 대해 ”회복, 변형, 믿음“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강조했다.
심사위원들은 ”창작자가 단편영화에 내건 각자의 믿음이 적확한 구조나 형식과 맞물리며, 정교하고 구체적인 물질성으로 스크린에 도착해,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긴장감 있게 유지된 작업을 옹호했다“라고 선정 기준을 밝히며, ”제도권 안팎에서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각종 웹 플랫폼을 위한 영상 제작이 일반화되는 가운데 극장에서 상영되는 단편영화의 창조적 실천을 고민하고, 영화문화의 다른 가능성으로 번질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려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선정된 25편의 영화에 담긴 고민과 발견을 더 많은 관객이 공유하길 바란다“라며 당부했다.
지역공모 선정작 스틸
한편, 전북지역에 주소지를 두었거나 전북지역 학교에 재학 중인 감독, 제작자의 작품, 혹은 전북지역에서 50% 이상 로케이션 한 작품이면 지원 가능했던 지역공모 부문은 올해 총 47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그중 5편이 선정됐으며, 선정작은 김규민 감독의 <가계>, 오재욱 감독의 <너에게 닿기를>, 장재우 감독의 <소용돌이>, 김소라 감독의 <언젠가 알게 될 거야>, 박채은 감독의 <자전거 도둑>이다. 이중 <너에게 닿기를>은 한국단편경쟁, 나머지 4편은 코리아시네마로 상영된다.
심사위원으로는 이하늘 무명씨네 대표,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선정작 <연희동>(2018)과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상영작 <태어나길 잘했어>(2020)의 최진영 감독, 최지나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팀장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다양한 소재, 시선, 형식을 통해 지역 창작자들의 실력을 가감 없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며, ”날카로운 지적과 선별의 눈보다는, 지역 영화계에 대한 애정과 지역 창작자들에게 보내는 응원으로 심사에 임했다“라고 심사평을 남겼다. 이어, ”많은 지역 창작자들이 출품에 용기를 내어 내년, 내후년에는 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렇듯, 한국단편경쟁과 지역공모 선정작을 발표하며 기대를 모으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일(수)부터 5월 10일(금)까지 열흘간 전주 영화의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단편경쟁 심사평>
영화를 만드는 일은 창작자가 전하려는 문제를, 표현하고자 하는 양식을 빌려, 이미지와 사운드가 결합된 영상의 형태로 선보이려는 충동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자유로운 창의성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단계에서 연출자는 통제할 수 없는 제약을 맞닥뜨립니다. 영화는 자율적인 실행으로 완성되는 예술이 아니라 언제나 타인과 세계의 불확실성을 만나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영화제작의 창의성은 만드는 사람의 의지와 그들에게 주어진 물리적 한계가 충돌하는 협상의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시간과 자본과 기술의 제약이 빈번하게 가해지는 단편영화는 바로 그 제약을 필수 조건으로 삼아 새로운 영화적 표현을 모색하는 창구로 기능해 왔습니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는 역대 최다 편수인 1,332편의 단편영화가 출품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극장의 위기라는 또 다른 제약을 거치며, 단편영화 창작자들은 분명 양적 활기를 되찾은 듯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각자의 고유성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균질화된 영화학교와 단편영화 배급사와 영화제라는 타협적인 제도에 순응하는 그럴듯한 완성품이 아니라, 굳어진 제도를 일깨워 흔드는 질적 전환의 시도일 겁니다. ‘영화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소환되는 시기에, 6명의 심사위원은 손쉽게 분류할 수 있는 표면적 소재와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 영화와 창작을 둘러싼 근본적인 의제를 설정하고 나름의 답변을 마련하고자 하는 영화에 주목했습니다.
서로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특정한 경향으로 구분하는 건 피상적인 오류를 범하기 쉽지만 몇 가지 단서를 근거 삼아 어렴풋한 인상을 그려볼 순 있을 겁니다. 첫 번째 인상은 ‘회복’입니다. 팬데믹 시기를 지난 뒤에 제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대부분의 출품작에서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기를 염원하거나, 유년기의 기억과 장소를 그리워하는 일관된 감수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감염병이 남긴 상흔은 편리한 정서로 공동체를 이끌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추억의 마법에서 탈출해 변해버린 지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장 르누아르의 조언을 믿습니다. 우리를 이루는 세계가 달라졌다는 것을 지각하고 변화된 삶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시도에 이끌립니다. 심사위원들은 친구나 가족의 죽음, 재난과 사고로 인한 이주, 달라진 연인과의 관계, 내 몸에 생긴 변화를 느끼는 순간을 짚으며 뒤바뀐 삶의 질감을 스크린에 새겨 넣은 작품을 진정한 ‘회복’의 영화로 받아들이고 환영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인상은 ‘변형’입니다. 여성, 퀴어, 장애인, 어린아이, 동물을 내세우는 작품은 이번에도 출품작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사회적 소수자들이 처한 환경을 묘사하고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층적인 형식과 장치를 매개로 그들이 직면하는 감각을 영화에 정착시키려는 시도들이 돋보였습니다. 소수자들이 갖는 감각과 시선은 기존의 영화가 견지하던 ‘정상적’ 질서를 변형하는 효과로 나타납니다. 이는 영화 매체의 물질성 자체를 변형하는 실험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도 발견되는 신호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고, 소리를 변형해 들려주며, 피부와 신체를 재구성하고, 마침내 영화가 획득할 수 있는 색다른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군의 작품들은, 한 편의 영화가 세계를 바라보는 여러 층의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맥락 안에서, 지금 여기에 있는 단편영화는 회복기에 놓여 있거나 변형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떠올린 세 번째 인상은 ‘믿음’입니다. 우리 눈앞에 있는 세계가 낯설게 모습을 뒤바꿀 때, 우리는 우리에게 낯선 세계와 영화를 여전히 믿을 수 있을까요? 형식과 서사 양쪽에서 오늘날의 단편영화가 전달하고, 수행하고, 실천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핵심은 바로 ‘믿음’이라는 영역에 있다고 여겨집니다. 심사위원들은 창작자가 단편영화에 내건 각자의 믿음이 적확한 구조나 형식과 맞물리며, 정교하고 구체적인 물질성으로 스크린에 도착해,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긴장감 있게 유지된 작업을 옹호했습니다.
제도권 안팎에서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각종 웹 플랫폼을 위한 영상 제작이 일반화되는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극장에서 상영되는 단편영화의 창조적 실천을 고민하고, 영화문화의 다른 가능성으로 번질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려 노력했습니다.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선정된 25편의 영화에 담긴 고민과 발견을 더 많은 관객이 공유하길 바랍니다. 소중한 영화를 출품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김병규, 김영글, 김현정, 신동민, 이보라, 조현나, 문석
<지역공모 심사평>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지역공모에 지원한 작품들은 장편 6편, 단편 41편입니다. 지역공모 출품작 수로는 적지 않은 편수라고 생각하며, 다수의 작품들이 만듦새에 있어서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극영화 외에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출품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습니다. 다양한 소재, 시선, 형식을 통해 지역 창작자들의 실력을 가감 없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장의 노고를 생각하며 한 작품 한 작품 시간을 들여 심사를 하였습니다. 더 많은 지역 창작자들이 출품에 용기를 내어 내년, 내후년에는 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올해 지역공모에 선정된 5편의 작품은 김규민 감독의 <가계>, 김소라 감독의 <언젠가 알게 될 거야>, 박채은 감독의 <자전거 도둑>, 오재욱 감독의 <너에게 닿기를>, 장재우 감독의 <소용돌이>입니다. 이중 오재욱 감독의 <너에게 닿기를>이 한국단편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선정되었고, 나머지 4편은 코리안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장편은 이번 지역공모에서 아쉽게도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오재욱 감독은 전년도 코리안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된 <거품>에서 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영화제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번 작품 <너에게 닿기를>은 인물관계가 좁혀지는 과정과 이야기를 결말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섬세한 연출이 심사위원 전원 의견 일치를 이끌어내며 선정작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앵글의 사용으로 화면구성이 풍부한 점도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김규민 감독의 <가계>는 아름다운 미장센과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키는 전개, 계보를 보여주는 몽타주 표현이 신선하고 형식적으로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김소라 감독의 <언젠가 알게 될 거야>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억지로 끌고 가지 않으며 담담한 어조로 정서를 구축하는 점이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박채은 감독의 <자전거 도둑>은 상실을 마주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죽은 할아버지의 공간을 살피는 모습이 영화 흐름을 잘 만들어 내었고, 주제와 형식이 절충되어 있다는 평이었습니다. 장재우 감독의 <소용돌이>는 기괴하고 섬뜩한 장면을 표현하는 장르적 연출과 이를 뒷받침하는 미술과 사운드가 돋보였습니다. 전작 <나니까 미에루!>에 이어 감독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지역공모 심사위원으로 지역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최진영 감독(<태어나길 잘했어>, <반차>, <연희동> 등), 전주국제영화제 최지나 한국영화 팀장과 함께 하였습니다. 날카로운 지적과 선별의 눈보다는, 지역 영화계에 대한 애정과 지역 창작자들에게 보내는 응원으로 심사에 임했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함께해 주신 심사위원 두 분과 문석 프로그래머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번 지역공모에 출품해 주신 모든 감독님과 제작진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역공모 심사위원 이하늘, 최진영, 최지나
<한국단편경쟁 부문 선정작>
작품명 가나다 순
<지역공모 부문 선정작>
작품명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