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선정작 발표
2017-02-27 13:01:00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작품 공모에 소중한 작품을 출품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올해는 15편의 극영화, 1편의 다큐멘터리, 2편의 실험영화, 1편의 애니메이션이 선정되었습니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에서 상영 될 작품을 아래와 같이 선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한국단편경쟁 본선 진출작 (가나다 순)

1) <22시, 너는 내게 이 꽃의 이름을 물었다 10PM> (서우빈)| Korea | 2016 | 15min | HD | color

2) <A l´abri Sheltered> (신진규)| Korea | 2017 | 7min | HD | color

3) <가까이 Alone Together> (배경헌)| Korea | 2017 | 28min | HD | color

4) <경계 Boundary> (김창섭)| Korea | 2016 | 27min | HD | color

5) <동경소녀 Girl> (박서영)| Korea | 2016 | 28min | HD | color

6) <동백꽃이 피면 Camellias in Bloom> (심혜정)| Korea | 2017 | 24min | HD | color

7) <봄동 Bomdong> (채의석)| Korea | 2017 | 30min | HD | color

8) <삼겹살 Porkbelly> (임혜영)| Korea | 2017 | 13min | DCP | color

9) <썬데이 Sunday> (이서희)| Korea | 2017 | 23min | HD | color

10) <악의 손길 Touch Of Evil> (박준석)| Korea | 2017 | 14min | HD | b&w

11) <야간근무 Night Working> (김정은)| Korea | 2017 | 27min | HD | color

12) <오늘의 자리 Replaceable> (허지은)| Korea | 2017 | 17min | HD | color

13) <장례난민 Tombstone Refugee> (한가람)| Korea | 2017 | 24min | HD | color

14) <주성치와 함께라면 If You’re with Stephenchow> (금태경)| Korea | 2017 | 26min | HD | color

15) <콘크리트의 불안 Anxiety of Concrete> (장윤미)| Korea | 2017 | 36min | HD | color

16) <틈 Crack> (정은욱)| Korea | 2017 | 16min | HD | color

17) <한낮의 우리 High Noon in Us> (김혜진)| Korea | 2016 | 29min | HD | color

18) <혜영 Hye Young> (김용삼)| Korea | 2016 | 39min | HD | color

19) <환영 Swarm Circulation> (주연우)| Korea | 2016 | 12min | DCP | color+b&w

한국단편경쟁 심사평

지난 몇 년간 심사했던 영화들과 비교해 올해 출품된 작품들의 수준은 확연히 미흡해 보였다. 단순히 만듦새의 문제만이 아니라, 영화적 상상력이나 문제의식을 돌파하는 태도,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 장르적 감각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고유한 개성과 치열함을 지닌 작품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학교 폭력과 취업난에 대한 고민이 대다수였던 지난 몇 년의 경향과 달리, 올해는 유독 집과 관련된 주제가 많았다. 이 화두는 특정 연령대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금 젊은 감독들이 현실을 영화화할 때, 반드시 대면해야 하는 과제처럼 보였다. 집을 버리고 나온 어린 아이들, 돌아갈 집을 갖지 못한 채 방치된 아이들, 집세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거나 쫓겨난 청년들, 무너져가는 초라한 집에서라도 버티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는 청년들, 그리하여 결국 거리를 집으로 삼거나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탈출하는 방법 이외에는 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다수였다. 학교나 성정체성, 취업에 대한 고민은 집의 문제에 비하면 부차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인간의 생존과 결부된 가장 기본적인 문제 앞에서 이들은 누구의 보호도, 도움도 받지 못하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위험에 노출된 채로 견디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들의 엔딩은 거의 언제나 무력하게, 어떤 답도 내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멈춘다. 어쩌면 생존만이 유일한 목표가 된 상황이, (과하게 말해) 미래의 잠재적 노숙자들의 빈곤한 현실이, 달리 말해 인간의 기본권 앞에서조차 발버둥 쳐야 하는 상황으로의 끔찍한 후퇴가, 과감하고 독창적인 영화적 상상력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현실도, 영화도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궁핍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삶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고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며 ‘그래도 아직은 완전히 망하지 않았다’고 고군분투하는 영화들이 본선에 올랐다.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남다은

예심 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게 느껴졌던 한 해였습니다. 단지 전체 출품작품 수가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아서 바로 본심에 올릴 수 있었던 작품 수가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려서 치열한 논의의 대상이 된 작품의 수도 그만큼 줄어들었습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단편영화 수준의 평준화가 얘기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지만, 올해는 그것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출품작 수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픽션 부문에서, 특히 제도적인 교육 기관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전혀 전복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과격함을 강한 개성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는 작품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반가운 현상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대부분의 작품들이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본심에 오른 많은 작품들은, 주제와 형식의 측면에서 유사한 경향과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다른 작품과의 상대 비교와 검토의 과정에서,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요소를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 작품들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 어느 때보다 선정과 탈락을 가르는 차이가 미세할 수밖에 없었던 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꼈던 몇 가지 현상들이 있습니다. 드론 샷의 증가, 음악에서 자작곡의 증가, 대사 및 내레이션에서 외국어 사용의 증가 등이 그것입니다. 올 해의 경우 그 새로운 표현 요소들의 도입이 작품 전체의 효과 면에서 어떤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데에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느껴졌지만, 이후 그 새로운 요소들이 단편영화의 언어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새로운 정서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변성찬

올해의 단편에선 극영화의 비중이 늘고 다큐, 애니, 실험영화의 비중이 눈에 띄게 적어졌다. 다양한 형식의 영화에 대한 격려와 지원이 척박해 진 시대의 산물이라 생각하지만, 내핍 속에서도 이를 조건삼아 형식적 돌파를 꾀하는 과감한 시도가 적어진 것은 아닌가 우려도 든다. 빈곤의 문제는 도저한 시대의 보편이 되었지만, 여기서 오는 치열함이 자기 연민의 클리셰로 빠져드는 것이 안타깝다. 단편영화의 고유한 의기, 담대함, 활력이 줄고 안정감을 택한 영화들이 많다. 대개가 현실에 대한 ´조심스러운 참여’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내성적이고, 우울하며, 감성적이다. 한편 영화전문교육기관에서 받은 트레이닝의 결과로 보이는 소위 ´웰메이드´ 단편은 미덕이기보다 악덕에 가깝기에 때로 충격적 졸작보다 못하다. 극영화 중에는 유독 누군가의 죽음 이후 망자를 이해하기 위한 공감의 여정을 떠나는 영화들이 많다. 지난 10년간 단편에 빈번히 소환되었던 재개발에 따른 물리적 공간에 대한 관심은, 자신의 실존적 자리를 잃고 경계를 오가는 심리적 공간의 문제로 변화된 듯 보인다. 올해의 많은 영화들은 길 위에서 방향을 모색하는 로드무비다. 다들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종착지도 보람도 없이 길 위 어딘가에 멈춰서 있다. 그럼에도 올해 파이팅을 보여준 선정작들에 축하를 보낸다. 열띤 논쟁 속에서 아쉽게 탈락한 작품들에도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송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