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텀 노트
피아노를 가르치는 수인은 지도교수의 부탁으로 오랜만에 신인연주회를 하기로 한다. 수인은 연주회를 준비하며 자신의 기억과 마음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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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만으로 <어텀 노트>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학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피아노 전공 여성 수인이 신인연주회에 참여하기로 해 준비를 한다는 것이 골격이며, 거기에 살을 붙인다 하더라도 학원이 머지않아 문을 닫을 예정이며, 가까운 누군가 사망해 본가에 들러 가족들을 만나고,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애매모호해진다는 것 정도다. 사건 비스무레한 것으로 불릴 법한 일도 감독은 상세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 대신 영화는 범상해 보이는 수인의 나날을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는데, 그 일상적 흐름 안에서조차 수인의 존재감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수인은 영화 안에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격앙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그저 조근조근 이야기할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수인의 감정이 가장 격렬해 보이는 것은 모호한 표정을 통해 내면을 드러낼 때다. 풍경 안에서 수인이 보여주는 몸짓이나 자세 또한 그녀의 속내를 보여주는 듯하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흩어진 밤>(2019)으로 한국경쟁 대상을 공동 수상했던 김솔 감독은 <어텀 노트>에서 가을 공기에 젖어있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물질화해 보여준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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