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잠
지연과 도진 부부는 수년간의 시험관 시술 끝에 지쳤다. 그 전의 삶은 어땠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만나지도 못한 아이와 이별의 고통을 계속 겪고 있다. 도진은 지연의 몸 상태를 걱정하며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눈치이지만, 지연은 그럴 수 없다. 왜 내가 엄마가 될 수 없는 건데? 지연은 포기가 되질 않는다.
접기 -
<통잠>의 주인공 지연은 임신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된 여성이다. 유산 방지 주사를 얻기 위해 다른 환자에게 구걸하거나 무당에게 점지받은 장소로 남편을 데려가 관계를 요구하는 등 지연의 행동은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처연함에 이른다. 갈수록 그녀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주변인은 줄어들고 임신에 대해 함께 책임을 져야 할 남편조차 마음을 멀리한다. 이쯤 되면 영화 속에서 지연의 마음을 위로하거나 달래주는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일말의 위로가 될 법한 이야기가 등장할 법한데, <통잠>은 냉정하게 지연의 초췌한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다. 미용실에서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걸어가는 지연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는 감독이 너무 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품게 된다. <통잠>이 보여주는 극단적으로 미니멀한 리얼리티는 불임으로 피폐해졌지만 임신을 향해 나아가는, 아니 나아갈 수밖에 없는 한 여성의 초상을 완성한다. 감독 못지않게 독한 연기를 보여주는 지연 역의 김시은도 인상적이다. 도진 역의 이도진이 공동 연출자로 참여한 점도 특이하다. (문석)
접기 -
접기 -
DGC & Tiger Cinema⎜notaplac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