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솜 피는 날
병호와 수현은 꽤 괜찮은 부부 사이였다. 그러나 10년 전에 참혹한 사고로 둘째 딸을 잃고, 각자의 고통을 견디느라 서로를 외면해 왔다. 그러던 사이, 딸의 죽음을 감당할 수 없었던 병호는 점차 기억을 잃어간다. 수현 역시, 무기력함만 커진다. 그런 수현은 첫째 딸의 참아왔던 두려움을 듣게 된다. "아빠마저 잃을까 봐 두려워." 무기력에 갇혀있던 수현, 그런 그녀에게 남편인 병호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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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수많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 데 비해 극영화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아무래도 극화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소재로 여겨지는 탓이리라. <목화솜 피는 날>은 그동안 사회적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창작집단 연분홍치마가 제작한 첫 극영화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4.16참사가족협의회가 공동 제작 주체로 참여했다는 데 더욱 큰 뜻을 둘 수 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은 경은이를 세월호에서 잃은 아버지 병호와 어머니 수현이다. 그 누구보다 앞에 서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던 병호는 기나긴 싸움 속에서 지치며 성질 급한 사람으로 변해갔고 어느날 쓰러지면서 기억까지 잃게 된다. 아내 수현 또한 가뜩이나 힘겨운 와중에 곳곳에서 사고 치고 다니는 남편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목화솜 피는 날>은 유가족과 활동가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그날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응어리져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마음이 세월호 안에 갇혀있는 병호는 모든 세월호 유가족을 대변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동시에 이 영화는 목화꽃이 펑 터지듯 피어나는 것처럼, 희생된 아이들이 어디선가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담고 있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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