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취직하여 고군분투 중인 혜자는 반지하에서 오피스텔로 올라가기를 꿈꾼다. 보험사 콜센터에서 일하는 혜자는 거친 사투리와 불같은 성격 때문에 회사에서 어려움이 많다. 며칠 뒤, 오피스텔로 가기로 결심한 혜자는 엄마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부산행 기차를 탄다. 부산에 도착한 혜자는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엄마가 나오지 않자, 엄마의 친구 희숙에게 전화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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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혁 감독에게는 불편하지만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인물을 그리는 힘이 있다. 이번 신작에서도 전작 <울산의 별>(2022)과 마찬가지로,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캐릭터들이 생존을 위해 삶을 버티는 다양한 끈질김을 드러낸다. 주인공 혜자는 불의를 보고 지적하지만, 말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는 그녀의 화를 돋울뿐이다. “여성은 부드럽지 않은 태도만으로도 가해자가 된다”는 정희진 작가의 말처럼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별나고 드세다는 주홍글씨를 찍는다. 이 영화는 로드 무비 형식을 취해 혜자가 돈을 받으러 다니는 과정를 그린다. 미래를 위한 유일한 희망으로 보연던 수금 경로는 뒷골목에서 달동네로 이어진 길을 순회하며 한국 사회의 현실을 목격하는 꼴이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강력함은 현실 재현에 있지 않다. 오히려 스크린이 넉넉하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로 터져나오는 감독과 배우들의 기세가 이 영화의 근원이다. 그 원천에는 혜자와 희숙이라는 두 명의 캐릭터로 구체화된 '화'와 '이해'가 나란히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감독은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을 통해 타인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예의과 나의 삶을 지키는 의지 사이에 이 사회에 상실되고 있는 인간에 대한 존중감을 밀어넣는다. (문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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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N You Arts | photohoo@naver.com
정기혁
JUNG Kih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