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취>는 반도체 산업 재해 피해자들의 업무 기록과 아카이브 자료를 따라 카메라가 포착할 수 없는 냄새와 물질의 작용을 추적한다. 과거에 대한 증언은 현재의 증상에 포개지고 재해는 다른 몸과 장소에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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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는 그동안 미술 전시와 연계된 실험적 단편영화 <머신 돈 다이>(2022), <이족보행을 위한 몇 가지 전제들>(2021) 등을 만들었던 이은희 감독의 첫 장편이다. 이 영화는 그동안 이은희 감독이 만들어왔던 작품들에 비하면 '정통' 다큐멘터리에 가깝지만, 차별화되는 지점도 존재한다. 반도체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클린노트'라 불리는 업무일지를 영화 안에 끌어들이는 것이 그것이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반도체 공장과 암 사이의 연관성을 최초로 법정에서 인정받았던 황유미씨의 일지는 클린룸의 실체를 폭로한다. 먼지 한 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클린룸에서는 벤젠, 폼알데히드, 전리방사선 같은 백혈병 유발물질이 부산물로 나온다. 하지만 그의 노트에는 이런 위험물질 노출에 대한 안전과 보호에 대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에 나오는 자막처럼 “클린룸과 방진복은 반도체만을 보호했을 뿐 그녀를 보호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한국 사례를 넘어 대만에서 벌어진 비슷한 일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러한 산업재해가 전세계적인 일이라는 사실임을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전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분노와 슬픔에 가슴이 시려진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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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Eunhee | dududadaduda@gmail.com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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