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향 제주로 돌아온 해진. 제주에는 해녀로 평생 물질만 한 엄마 옥란과 할머니 강자가 살고 있다. 해진이 해녀를 하겠다고 선포하자 그것만은 절대 안된다는 옥란. 둘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는 사이, 할머니 강자는 치매 진단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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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의 주인공인 세 세대에 걸친 여성의 삶은 되풀이되는 듯하다. 엄마 옥란은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제주로 돌아온 딸 해진을 타박하는데, 오래 전 할머니 강자 또한 남편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옥란을 보며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갈 정도로 괴로워했다. 이제 해진은 과거 옥란이 그랬듯 해녀가 되어 물질을 하겠다고 선언하지만 자신이 겪었던 고통이 딸에게 전이될까 걱정스러운 옥란은 해진을 말리고 싶다. 하지만 <숨비소리>는 여성 3대의 수난사가 아니다. 해진이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려는 건 한이라든가 서러움 탓이 아니라 서울에서 받은 상처를 낫게 해줄 유일한 공간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옛 친구들과 해녀 '삼춘'들의 격려와 사랑을 받으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 엄마 옥란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이를 보는 강자 또한 다음 세계로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숨비소리>는 시간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익어가는 삶을 보여주는 영화다. 집 나간 강아지가 “때가 되면 돌아온다”고 확신하고, 돌아왔을 때 빈 밥그릇을 보면 섭섭해할까봐 사료를 채워놓는 강자의 마음이야말로 이 영화가 품은 마음이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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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 Film | Bluedawn.runner@gmail.com
이은정
LEE Eun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