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떠나려는 윤은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서 그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도 아버지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자 결국 윤은 직접 아버지를 찾아 나서고, 지인들과의 만남속에서 점차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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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아방>은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미니멀한 영화다. 며칠 뒤면 서울에서 살기 위해 제주를 떠나야 하는 아들 윤이 한동안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과정을 담은 로드무비인 이 영화에서 사건이라고 해봐야 굵직하지 않은 일들이다. 결국 윤은 아버지 지인뿐 아니라 아버지까지 만나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약간 알게 되지만 그 내용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윤이 왜 서울로 가는지, 아버지가 어쩌다 강정 평화 시위에 참여하게 됐는지, 아버지가 그 많은 돈을 빌려 무엇을 했는지, 뭔가 중요할 법한 내용에 관해서 영화는 흘리듯 말할뿐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저간의 사정이나 속내 같은 게 아니라 윤이 아버지를 찾는 과정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아방>은 윤과 친구들이 만난 술집에서 보이는 뉴스, 집안 테이블 위에 놓인 해고 예고 통지서 같은 여러 문서들, 그리고 한성익씨 가게에서 감귤 선과장을 거쳐 오일장 국밥집을 들러 어느 미용실로 향하는 길 위에 여러 단서들을 흩뿌려놓은 뒤 관객으로 하여금 취사선택해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만든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주도의 모습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보여준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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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Cinema | notaplace@gmail.com
김태윤
KIM Tae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