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이후 일본으로 밀항해 재일조선인의 삶을 산 고(故) 김동일이 남긴 2,000여 점의 뜨개와 옷들은 그녀의 기억과 정체성을 지켜온 작은 역사이다. 김동일의 유품을 정리하고 나누는 과정 속에서, 그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다양한 재일조선인의 여전히 아물지 않은 삶을 조명하고 서로 얽혀 있는 기억을 나누고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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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기억 샤워 바다>는 2023년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열린 동명의 전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영화의 임흥순 감독이 '작가'로서 만들어낸 이 전시의 중심에는 재일교포 1세대 김동일(1936~2017)이 있다. 4.3사건과 지리산 빨치산 항쟁을 겪은 뒤 피신 차원으로 일본에 넘어온 그는 뜨개질을 하며 생활했다. 그에게 뜨개질은 과거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와 자신을 치유하려는 소망의 결합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김동일의 집에 쌓여있던 수많은 옷 중 2000여 점은 제주로 건너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됐다. 어떤 옷들은 공간 전반을 수놓는 전시물이 됐고, 어떤 옷들은 여러 사람들에 의해 수선돼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옷이란 기본적으로 신체와 맞닿을 수밖에 없기에 김동일과 한국의 사람들은 보다 단단히 연결되었을 터. <기억 샤워 바다>는 김동일의 삶을 추억하고 재일동포의 아픔을 공감함과 동시에 김시종 시인, 故 이양지 작가, 축구 선수 안영학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지난한 역사와 재일동포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짚어낸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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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IM Heung-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