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런던행 항공기가 엔진 이상으로 이륙이 취소되고, 승객들은 항공사가 제공한 레이오버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같은 공간에서 머물게 된 여섯 명은 각기 다른 밤을 보내며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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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시놉시스를 읽은 누군가는 23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인 <여섯 개의 밤>(2022)의 줄거리를 잘못 옮겨놓은 게 아닌지 의심할지도 모른다. 물론, 두 영화의 이야기 구조가 같긴 하지만 <여섯 개의 밤>이 뉴욕행 비행기가 부산에 비상 착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면 <레이오버 호텔>은 일본 기타큐슈에 비상 착륙한 런던 행 비행기 탑승자 6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는 오스트리아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인용구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여행이 정해진 궤도를 벗어남으로써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 친한 선후배 수연과 문영에게 이 일탈은 서로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열두 살 소녀 지수와 같은 방을 쓰게 된 스튜어디스 윤주에게 이 의외의 착륙은 친밀한 사람의 실체를 똑바로 알게 하는 상황이 되며, 직장 선배 민희와 출장길에서 뜻하지 않은 시간을 얻은 찬영은 평소 품고있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영화는 여정이 예정된 행로를 벗어난 덕에 그동안 알 수 없었고 느낄 수 없었으며 볼 수 없었을 것을 알고 느끼고 보게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한편, <레이오버 호텔>이 조용하고 은근하게 보여주는 기타큐슈의 풍경 또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받쳐준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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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CHOI Changh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