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교도관 태저는 야간 근무 중 담당 수용자의 모친 사망 소식을 듣는다. 어느 겨울 밤, 적막한 장례식장 빈소에서 그 수용자의 딸 준영과 예상 밖의 만남을 갖게 되는 태저. 뜻밖의 만남 이후로 두 사람의 삶에 생생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태저는 준영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가 하는 모든 선택들이 모여서 네가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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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돼 초중반에 이르기까지 <만남의 집> 속 주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하다. 교도관인 태저, 엄마 없이 여관을 집 삼아 지내는 소녀 준영, 태저의 교도소에서 '432번'이라고 불리는 미영까지 모두 얼굴에서 생기를 찾기 어렵다. 이들이 자신의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연유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자면 각자 차이가 있겠지만, 자신이 떠안은 삶의 무게가 표정을 지우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만남의 집>은 인물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데 초점을 맞추는 영화다. 모친상인데도 휴가를 얻지 못한 미영을 대신해 상가를 찾은 태저는 영정 앞을 홀로 지키고 있는 준영을 만나게 되고, 이후 자연스레 준영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을 느낀다. 메마른 태저의 마음 속에 준영이 들어오면서 표정도 바뀐다. 준영도 자신을 챙겨주는 누군가의 마음을 느끼며 밝은 표정을 머금는다. 미세한 표정의 변화를 통해서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탓에 이 영화는 세심하게 들여다 볼수록 보이는 게 많아진다. 예능 프로그램을 벗어나 오랜만에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는 송지효가 반갑고, 김보민과 옥지영도 기대감을 채워준다. 특히 무표정한 캐릭터들 속에서 혼자 생생한 표정을 보여준 혜림 역의 윤혜리도 인상적이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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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윤
CHA Jeong-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