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일삼던 소방관 아버지가 순직한 뒤 새로운 삶을 꿈꾸던 18살의 선오는 아버지의 폭력을 잊은 듯 행동하는 엄마와 누나로 인해 혼란스럽다. 새롭게 친구가 된 기진 무리와 어울리며 엇나가는 선오. 아버지의 1주기 기념식에 다녀 온 엄마와 누나에게 아버지를 용서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선오 내면의 무언가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접기 -
<맨홀>은 운명의 자장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고등학생 선오는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 아버지를 증오했지만, 소방관인 아버지가 순직하면서 영웅으로 불리게 되자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더욱 큰 혼란을 겪는다. 이러한 선오에게 누나가 가르쳐준 '맨홀'은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이자 아지트가 된다. 맨홀은 상징적 차원에서 선오의 잠재된 무언가가 쉬고 있는 곳으로도 볼 수 있는데, 여전히 그를 옭아매고 있는 폭력이라는 저주는 이 공간에 묻혀있다가 어떤 순간 불거지게 된다. 선오는 여자친구 희주를 통해 폭력의 수레에서 벗어나는 듯 보이지만, 희주의 형부가 동남 아시아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은 그에게 더 복잡한 상황을 만든다. <맨홀>은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음에도 가장 바라지 않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을 맞는 소년을 통해 가혹한 운명의 세계를 보여준다. (문석)
접기 -
[ REDPETER FILMS & STUDIO BILL ] | msswirl@naver.com
한지수
HAN Ji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