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등장한 과거의 기록을 통해 인간이 닭을 다뤄온 역사를 추적한다. 그리고 오늘날 닭을 포함해 가시거리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현재를 듣는다. 이는 생태계 절멸의 시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축산동물 상황에 대한 폭로라기보다, 결국 이 안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의 실패담에 가깝다. 다만 이들의 목소리는 현실을 염세적으로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직면하게 이끈다. 그리고 유예된 시간에 누구와 만날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을지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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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에서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서는 순수한 직관이 필요하다.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는 관객의 머리와 마음에 새롭게 보기를 제시하기 위해 닭(가금류), 소수자, 사회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희망을 건 사람들을 찾아간다. 영화는 조선시대 그림 속 닭에 대한 해설부터 현대미술에 등장하는 동물까지 다양한 이미지의 여행을 통해 인간의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닭의 비행능력이 저하된 것은 인간이 식용을 하면서부터이고 더 많은 달걀을 얻기 위해 가축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우리는 닭을 '새'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스템의 원활한 순환을 위해 유용하게 길들여지는 존재들은 동물뿐이 아니라는 것을 감독은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존재 다양성의 조화와 동물(비인간)과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에 대한 우리의 이해력을 증진시키고 관객에게 피어난 마음이 삶에 유기적으로 물들어 이 대지와 인류가 더 풍요로워지는 것을 바란다. 계란 하나를 바라보는 하찮아 보이는 일들이 어쩌면 지구 위에 자연으로 살아가는 삶의 씨앗이 된다. (문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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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hwayong | circuswoman@gmail.com
김화용
KIM Hwa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