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섹션 중 하나는 이창동 감독의 작품 세계를 중간 정리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이다. 굳이 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창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이며, 세계 영화제들이 행보를 주목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프랑스 알랭 마자르 감독이 만든 이창동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며,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최신 단편영화 <심장소리> 또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또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장편영화 6편을 모두 4K 디지털 리마스터링된 화질로 상영할 계획으로, 이 또한 세계 최초다.
이번 특별전은 프랑스 감독 알랭 마자르가 이창동 감독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출발했다. 마자르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박하사탕>을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아 이후 꾸준히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봐왔고, 영화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은 ‘극적 아이러니’라는 본질을 중심으로 이창동 감독과 함께하는 여행이자 시간 여행이기도 하다. 이창동 감독과 함께 <버닝>의 후암동부터 <초록물고기>의 일산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배경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영화 안과 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송강호, 전도연, 설경구, 문소리, 유아인 등 이창동 감독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목소리 또한 담겨 있다.
<심장소리>는 이창동 감독의 첫 단편영화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세계보건기구(WHO)와 베이징현대예술기금(BCAF)이 세계적 감독들에게 ‘우울증’을 주제로 단편영화 연출을 의뢰했고, 이 영화는 그 결과물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 하나의 테이크로 한 소년의 표정과 몸짓과 내면을 담아내는 이 영화는 20여 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개인의 우울증이라는 주제와 함께 한국 사회의 우울한 단면까지 예리하게 드러내며 거장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또한 4K로 상영되는 이창동 감독의 전작 또한 주목할 만하다. 애초부터 4K 디지털로 촬영된 <버닝>과 이미 4K 리마스터링 작업 후 한차례 공개된 적이 있는 <박하사탕>을 제외하면 모두 4K 버전으로는 처음 상영된다. 특히 디지털 상영본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초록물고기>와 <오아시스>는 “최초로 현상한 깨끗한 필름 프린트 같은 느낌으로 볼 수 있”다(이창동 감독).
글_문석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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