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PMS(월경전증후군) 때문에 짜증을 억제할 수 없게 되는 후지사와는 어느 날, 동료 야마조에의 작은 행동을 계기로 분노를 폭발시킨다. 하지만 야마조에는 공황 장애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동지같은 특별한 마음이 싹트게 된다.
세계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 중 하나인 일본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새벽의 모든〉은 일본 작가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다. 영화는 PMS 증상을 앓고 있는 후지사와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야마조에의 우정과 연대를 중심에 놓지만 두 사람이 일하고 있는 직장 구리타 과학의 구성원과 그 주변 사람들까지 꼼꼼하게 묘사한다. 악인이라고 부를 법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에 매번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며, 시간의 흐름이 어느새 인물 내면에 스며듦을 보여주는 등 〈새벽의 모든〉은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많다. 또한 16mm 필름으로 촬영되어 아날로그 감각이 두드러지고, 일상의 사운드 각각에 목소리를 부여하며, 모든 장면에서 빛의 흐름을 지극히 섬세하게 묘사하는 등 이 영화는 미야케 쇼 감독의 시그니처라 할만한 요소들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새벽의 모든〉은 일반적으로 보기에 그리 넓지 않은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담고 있음에도 그 세계가 결코 소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미야케 쇼 영화의 아름다움 또한 품고 있다. 이번 영화의 세계는 후반부 우주에 관한 이야기로 더욱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영화 전반에서 인서트 샷으로 계속 보여지는 아름다운 밤 풍경은 우주의 현현처럼 보인다. 구리타 과학의 천체투영기(planetarium) 발표회에서 후지사와의 해설로 들려주는 다음 이야기는 이 영화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아침 없이는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밤 없이는 우리는 지구 밖 세계에 대해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밤 덕분에 어둠 너머의 무한한 광대함을 상상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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