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영화계는 세계 어디든 공통된 특징이 있다. 국가별로 일종의 작은 공동체가 구성되어 대부분 서로를 알고 같이 일을 하며 어느새 친구가 된다. 풍족한 상황으로 영화를 찍을 수 없기에 고민을 나누고, 품앗이를 하는지라 일만 하는 관계 이상이 된다. 친구이자 가족이고 동료인,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사이다. 캐나다 독립영화계는 특히나 끈끈한 지지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2017년 본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선정됐던 〈계단 내려가기〉(2016)의 휴 깁슨 감독이 토론토영화비평가협회로부터 작품상을 받고 상금을 최종 후보들과 삼등분으로 나눈 일화만 봐도 그렇다. 당시 후보에 올랐던 카직 라드완스키와 맷 존슨은 〈맷과 마라〉의 감독과 배우로 만났다. 맷 존슨은 올해 영화제 초청작 〈블랙베리〉의 감독이자 배우이고, 폐막작에선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맷과 마라〉를 연출한 카직 라드완스키와 전주국제영화제의 인연도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전작 〈13,000 피트의 앤〉(2019)이 전주에서 소개됐고,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전달했던 데라 캠벨은 〈맷과 마라〉에서 극의 가장 중요한 축을 연기한다.
라드완스키 감독은 최근 독립예술영화가 잘 택하지 않는 현실적이고 독특한 버전의 로맨스 영화 〈맷과 마라〉를 만들었다. 맷과 마라는 문학계에 종사하고 있고 둘 중 한 명은 상대방보다 조금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은 오랜만에 재회했지만 둘 사이엔 묘한 긴장이 있다. 이 만남은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기억을 깨우고, 현재까지는 사랑으로 변하지 않는 우정이 어디로 나아갈지 모를 일종의 가능성의 관계임을 암시한다. 사랑은 타이밍만의 문제일까? 많은 좋은 영화가 그렇듯 〈맷과 마라〉는 모든 인물에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제작 형식과 장르의 특성을 너머 우리 시대의 관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예술이 해 온 논리와 언어로 분류할 수 없는 인간 삶에 대한 탐구, 정의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로그래머 문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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