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라인’은 도발적이고, 독립적이며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고자 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섹션이다. 특히 지난 1년 동안에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 갈등을 반영하듯이 많은 다큐멘터리들이 제작되었고, 그 가운데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한 비극적인 정치 상황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들을 도전적인 시각으로 보여주는 여덟 편의 문제작들이 상영된다.
자매가 모두 시리아의 수영선수였지만, 시리아가 내전에 휩싸이자 목숨을 걸고 탈출해야 했던 사라와 유스라 마르디니의 극적인 이야기는 〈더 스위머스〉(2022) 라는 영화로 극화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시리아 수영선수 사라〉는 언니인 사라가 독일 망명 이후 자신의 꿈이었던 수영을 그만두고 난민을 위한 인도주의 활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차별을 극영화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편 극영화 〈형제들의 땅〉은 탈레반을 피해 이란으로 이주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타국에서 ‘정상적인 가정’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할리우드게이트〉는 2021 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엄청난 군사 장비를 남겨두고 철수한 뒤, 탈레반 정권이 그 장비들을 활용하여 이웃 나라인 타지키스탄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 이르기까지 휴가를 전쟁터에서 보내는 사람들을 조명한 〈분쟁지역〉이라는 다큐멘터리 역시 씁쓸함을 주는데, 언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분쟁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확인하고자, 혹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더 자극적인 여행을 꿈꾸며 분쟁지역을 찾는 모습을 담았다.
한편 자식의 이름도 서양식으로 짓지 못하게 하고, 영화 시나리오도 사전 검열하는 등의 숨 막히는 이란의 현실을 풍자한 극영화 〈지상의 시〉와 각종 생체인식 기술과 신종 CCTV, SNS 검열로 정부에 반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는 중국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숨막히는 통제〉는 과연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칠레의 다큐멘터리 〈말께리다스〉는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여성 장기수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고, 프랑스의 극영화 〈야닉〉은 연극 공연이 한창인 극장을 무대로, 연극 내용에 불만을 품은 한 관객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작품으로 두 작품 모두 신선하고 도발적인 감독의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프로그래머 전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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