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페페〉의 감독은 2024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에서 공식 경쟁 부문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영화제들에 팽배한 유럽 중심주의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감독이 언급한 말을 지리적 특수성에 한정 짓지 않고 해석한다면, 영화제들이 기존 경향 ‘너머의 영화’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일 테다. 영화가 제작되는 방식과 영화 형식에 대한 관습 또한 한정 짓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영화보다 낯선’이라고 이름지어진 이 섹션은 그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특히나 영화제들이 주로 초청하는 국가 너머를 보려 했고 제도권에 얽매이지 않고 작업하는 창작자들을 주목하려 했다. 더욱 중요하게는, 시청각 자료나 영화까지도 사람이 아닌 기계의 손에 맡겨지는 세상에서 A.I. 혹은 어떤 종류의 미래 기술 형태를 이용해서든 이미지와 이야기의 새로운 생성 방식에 몰두하는 영화를 발견하려 노력했다.
이곳에서 소개될 영화들은 주류 영화산업과 플랫폼의 천편일률적인 경직성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자, 창작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인적인 영화야말로 가장 창의적인 영화가 될 수 있는 희망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어디에도 가깝지 않은〉이나 〈먼지〉와 같은 가족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부터 혼란스러운 사회를 견디기 위한 작은 사회를 묘사하는 〈정원의 운율〉, 〈몇 번의 아침과 한 번의 저녁〉, 〈꿈꾸는 개들〉 그리고 픽션과 다큐멘터리, 혹은 영화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교차하는 것처럼 보이는 〈페페〉, 〈너는 나를 불태워〉, 〈춤추는 사람만 지나갈 수 있어〉, 〈낭떠러지〉, 〈목자 이야기〉까지 모두 독창성이 빛나는 영화들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영화는 파운드푸티지 영화 제작의 대가인 빌 모리슨 감독의 신작 단편 〈사건〉이다. 2018 년 시카고에서 벌어진 경찰 총격 사건을 재구성한 이 영화는 주변 CCTV, 경찰 신체 착용 카메라 및 차량 대시보드 카메라의 영상을 이용해 당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와 그 여파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실제 사건을 기록한 영상의 힘을 바탕으로 편집을 통해 감독이 설정한 프레임과 장면의 구성이 만들어 내는 긴박감은 쉽게 잊히지 않을 올해 가장 충격적 영화 중 한 편이다.
단편 프로그램 역시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먼 나라들의 창의적인 영화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관객들이 관심을 기울여주길 부탁한다. 올해 영화보다 낯선 섹션은 전에 없이 우리에게 영화와 세계에 거주할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프로그래머 문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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