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X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에실 보그트 감독, <이노센트>
2022-05-04 21:24:00

JeonjuIFF #7호 [추천작] 에실 보그트 감독, '이노센트'

<이노센트> The Innocents

에실 보그트/노르웨이/2021년/117분/불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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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계는 누군가에게 영원히 열리지 않는다. <이노센트>가 비추는 아이들의 세계가 그렇다. 어른은 알 수 없는 아이들만의 세계. 날카롭고 스산하며 도처에 위협이 도사린 세계로 이다와 안나가 발을 들인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 이다와 자폐증이 있는 언니 안나는 외톨이처럼 보이는 소년 벤과 피부병을 앓는 소녀 아이샤를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서로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공유하면서다. 아이들은 텔레파시를 통해 멀리 떨어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가 하면, 염력을 써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러나 곧 아이들의 관계에는 어둠이 내려앉는다. 고양이를 죽이던 벤의 폭력성이 자신을 해코지한 이들에게 복수를 가하는 방식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점차 강력해지는 벤의 능력 앞에서 도움을 청할 대상도 없이 아이들은 고립된다. 아이들 사이의 긴박한 도주극은 연쇄살인마나 괴생명체 없이도 스릴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같은 땅 위에 존재하지만 어른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세계는 질식할 듯 폐쇄적이고, 닫힌 공간에서 악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 아이들의 입장은 관객의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영화의 주된 무대인 노르웨이의 푸른 숲과 평화로운 주택가는 두려움이 만연한 아이들의 세계와 대비되며 긴장감을 배가한다. 그 무엇보다 공포를 자극하는 요소는 순수와 잔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이들의 면면이다. 에실 보그트 감독의 아이들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매개자가 되어, 초능력이라는 흥미로운 상상력과 죽음에 가까운 악몽을 함께 직조한다. 미완성의 존재들이 인도하는 서늘한 판타지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잊어버린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글·정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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