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안 파라르도 생 아무르, 폴 쇼텔/캐나다/2022년/97분/국제경쟁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 외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기자가 사라진 피겨스케이팅 선수 비올레타 마르티네즈를 찾아 나선다. 비올레타를 찾아 나설 유일한 단서는 그의 연인으로 짐작되는 아르만도의 연서뿐이다. 비올레타의 고향인 멕시코의 한 마을로 취재를 떠난 기자는 어쩐지 마을 사람들이 비올레타에 관해 언급하길 꺼린다는 것을 눈치챈다. 아르만도 어머니의 집에서도, 비올레타가 다녔던 마을 학교에서도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던 기자가 당도한 예상 밖 귀결점은 비올레타의 아버지 후안이다. 비올레타에 관해선 아무도 모른다며 취재를 시작하는 기자의 변은, 기자에게도 마을 사람들에게도 심지어 <밤의 우회로>를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유효한 대사다. 영화 속 시점 주체가 누구인지, 빛났다 사라진 환영이 누구의 것인지 영화는 끝내 그 정체를 모호하게 남겨둔다. <밤의 우회로>에서 인물의 앞모습만큼 많이 보이는 것은 인물의 뒷모습이다. 뒷모습은 얼굴을 볼 수 없는 만큼 정체가 모호하고, 모든 캐릭터들은 도착지로 가는 길을 몰라 영화의 제목대로 끊임없이 우회할 뿐이다. 관객 또한 인물들의 뒷모습을 쫓다 헤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가 끝까지 고수하는 혼돈 속에서 초현실을 혼곤히 방황하다 보면 답을 찾는 것보다 영화가 제시하는 의문을 온전히 겪고 체험하는 것이 이 영화를 가장 즐기는 방도임을 깨닫게 된다.
상영 정보
5월2일/10:00/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5월5일/13:00/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