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X전주국제영화제] #1 프리뷰: <새벽의 모든>
2024-05-03 11:57:00

<새벽의 모든> All the Long Nights

미야케 쇼/일본/2024년/119분/개막작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새벽의 모든>은 매달 생리증후군으로 고통받는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달이 호르몬의 조종을 받아 충동적으로 거친 말과 행동을 취하는 그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일상을 견디며 지낸다. 따뜻한 성정으로 지난날의 잘못과 실수를 사과하며 주변 관계를 유지하지만 그 유효기간도 길지 않다. 언제까지나 타인의 인내심에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번엔 죄송했어요. 그땐 제 상태가 좋지 않아서…”가 입버릇이 된 여자는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공황장애를 앓는 야마조(마쓰무라 호쿠토)를 만나게 된다. 의지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육신, 충동적인 생각과 발언, 계속 눈치봐야 하는 주변인들의 시선. 두 인물은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고 그동안 받아본 적 없는 공감과 위로를 형태 없는 언어로 주고받게 된다. <새벽의 모든> 속 세계관은 정신질환을 외롭게 비추지만 너그러운 이웃, 동료를 배치함으로써 관객이 오롯이 주인공의 감정에만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자극적인 사건을 배치하지 않아 이야기가 샛길로 빠지지 않고 주요 메시지를 왜곡 없이 전달하는 힘을 지녔다. 특히 미야케 쇼 감독 고유의 아날로그 감성은 정신질환이라는 소재를 부드럽고 완곡하게 비추기 충분하다. 16mm 필름에 담긴 두 인물의 서사가 서글프지만 동시에 (이상하리 만치)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다.

상영 정보

5월 5일/10:30/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글 이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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