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 MIMANG
김태양/한국/2023년/93분/한국경쟁
서울 을지로3가 어딘가로 그림을 배우러 다니는 남자(하성국)는 예전에 알던 여자(이명하)와 길에서 만나 잠시 걷는다. 당시 모더레이터로 서울극장을 찾았던 여자는 몇 년 뒤 서울극장이 폐관할 때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다시 그곳을 방문하고, 극장 관계자인 다른 남자(박봉준)와 그림 배우는 남자와 걸었던 그 길로 들어선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여자는 지인의 장례식에서 이제는 화가가 된 그림 배우는 남자와 재회하고 서울의 밤길을 같이 걷는다.
<미망>은 팬데믹 기간에 일상이 사라졌던 경험을 녹여 만든 김태양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으로 시작해 4년의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영화는 시간의 더께가 쌓여 더욱 단단하고 유려해졌다. 영화는 특정 장소가 머금은 사소한 일상과 순간의 정서를 스크린에 선명히 새기는 방식으로 희미했던 기억을 깨우려 한다. 극에 생생히 기록된 후텁지근한 날씨, 도시의 소음, 노포 사이의 골목길, 여자의 긴 원피스, 남녀가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거닐며 나눴던 이순신 동상에 관한 이야기까지 관객 개개인의 역사에 침투해 한때 나의 계절, 공간, 사람, 일화를 끄집어낸다. 경계 없는 시간 속을 유영하듯 걸어 다니는 하성국, 이명하, 박봉준의 호연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상영관의 문을 열자마자 영화제의 어디든 걷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제24회 전주영화제 워크인프로그레스에서 특별상을 받았고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상영 정보
5월 5일/13:30/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5월 7일/13:30/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글 이유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