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가면> When This Summer is Over
장병기/한국/2024년/115분/코리안시네마
초등학생 기준이 도시 생활을 접고 지방 소도시로 오게 된 것은 먼 미래의 농어촌특별전형을 받기 위해서다. 명문 대학이 훌륭한 인생, 멋진 직업, 자랑스러운 커리어를 보장해줄 거란 엄마의 욕망 때문에 선택권 없는 어린이는 말없이 이사에 동참한다. <여름이 지나가면>은 순진무구하기만 할 것 같은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들의 세계와 어떻게 맞닿아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제 막 신도시 개발 계획을 실행 중인 마을은 아파트 단지 사이로 이해득실 문제를 맞닥뜨린다. 대학 진학, 부동산을 향한 욕망과 보상금 문제, 집단에 녹아들기 위한 진심 은폐 등 어른들이 지어가는 마을은 편법과 술수, 거짓과 욕심에 뼈대를 두고 있다. 이러한 지역 분위기는 아이들에게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까. 어느 날 운동화를 잃어버린 기준은 같은 반 결손가정 친구에게 자연스레 의심의 눈빛을 보내지만 그가 구축한 교실 내 권력관계에 순응하기 위해 함구하길 선택한다. 낯선 지역에서 기존 분위기에 녹아드는 방법으로 힘의 논리를 따르는 기준의 모습은 어른들의 세계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다. <여름이 지나가면> 속 아이들은 자율성과 선택 의지를 부여 받지만 실제로 그것을 활용할 기회는 얻지 못한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보다는 안쓰럽고 계산적인 모습을 조명하여 어른들의 비참한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지방 사회 곳곳에 담긴 모순과 문제 의식을 서글픈 시선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맥북이면 다 되지요>, <할머니의 외출>, <미스터 장>에 이어 자기 색깔이 명확한 네 번째 작품을 선보인 장병기 감독의 시선이 뛰어나다.
상영 정보
5월 8일/10:30/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글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