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설>은 2011년부터 고향을 촬영해 온 사진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졌다. 일부 이미지는 제주 본토 집을 오가며 한 작업으로 땅이 준 재료들—오징어뼈, 새의 깃털, 귤밭의 유기물 등—을 아날로그 필름에 정착시킨 이미지로 이뤄져 있다. 이 수천 장의 사진을 영상으로 전환하며 할아버지 세대의 비극을 재현하는 대신, 그들이 다시 땅을 일구고 삶을 이어온 터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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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설>의 주인공은 필름 카메라를 손에 들고 고향인 제주도 땅을 찾는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자꾸만 사라져가는 그 땅의 풍경들이며 영화의 연출자는 스크린 위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미지의 연쇄를 '사진소설'로 분류한다. 역사적 상흔과 근대적 기획과 전근대적 전통이 뒤섞인 제주도의 시간은 필름을 매개로 맞물린 사진과 영화와 소설이 교차하면서 발생하는 매체적 시간 사이의 긴장과 융화하며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요나스 메카스의 필름 작업이 "천국으로 돌아가는 기쁨"(율리우스 지즈)을 전해준다면, <사진소설>은 온전한 천국도 지옥도 과거도 현재도 될 수 없는 영원한 연옥의 시간으로 초대하는 매혹적인 픽션이다. 귀기 어린 영화다. (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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