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를 꿈꾸지만 언제나 용기와 능력 부족을 한탄하는 사나이. 자동차 세일즈맨인 그는 실적 부진에 한숨만 내쉬며 살고 있다. 어느 날 교육관에서 시동이 걸린 원장의 오픈카를 발견한 그는 망설임 없이 차를 몰고 도로로 나서는데... 휴게소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 행운까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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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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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사에서 <진짜 사나이>는 너무 일찍 대중에게 다다른 대표작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번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4K 화질로 리마스터링된 박헌수 감독의 <진짜 사나이>는 말 그대로 막 나가는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면 밑도 끝도 없이 '빨노파'라는 3인조 악당이 진짜 악당의 소굴로 쳐들어와 총기를 난사한다. 장면이 바뀌면 교육을 받던 자동차 세일즈맨인 '사나이'가 빨간 스포츠를 발견하고는 바로 훔쳐 달아난다. 이번에는 사나이가 휴게소에서 불량배들에게 추행당하는 여성 '그녀'를 구한 뒤 함께 자동차에 올라타 질주를 시작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아직 진짜 황당한 상황은 시작되지 않았다. 이어지는 경찰과의 추격전, 남녀의 전라 수영 신과 격렬한 정사 장면, 무차별적인 총기 액션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는 개연성 따위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듯 보인다. 게다가 "강철 같고 화산 같은 진짜 사나이" 운운하는 사나이를 비롯해 입을 열 때마다 허세 폭탄을 터뜨리는 영화 속 남자들의 허세까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당대를 주름잡던 『시티헌터』 같은 일본 액션만화나 홍콩 액션영화에 영향을 받은 듯 보이는 이 영화는 당시 한국영화계의 주요 흐름이던 리얼리즘을 걷어차고 극단적 B급 정서로 무장했다. 이 노선에 동의하건 아니건 <진짜 사나이>가 추구하는 바를 정말 막끝까지 밀어부친다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물론 엄격한 PC주의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영화 속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특히 지금 기준이라면 여성과 관련된 내용은 심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첩 신고나 '세계화' 같은 구호, 월드컵이라는 '국가목표'가 적힌 간판에 총을 난사하거나 자동차를 박는 장면은 여전히 통쾌하기 짝이 없다. 언론사 제호가 붙은 자동차가 전복되는 그 앞 장면에서 이 영화의 무정부주의적 기운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결혼 이야기>(1992), <그 여자, 그 남자>(1993) 같은 세련된 상업영화 각본을 썼고, <구미호>(1994)를 데뷔작으로 연출한 박헌수 감독의 지명도 덕분이었는지, 새로운 영화를 향해 꿈틀대던 1996년 충무로의 활기 덕분이었는지, 이런 컬트급 영화가 상당한 제작비를 들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지금 기준으로는 믿어지지 않는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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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수
PARK Heun-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