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한 달 전, 부모님 댁에 내려가던 중 휴게소에 들른 문호와 선영. 커피를 사러 갔다 온 문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문이 열린 채 공회전 중인 차뿐이다. 선영을 찾기 위해 전직 강력계 형사인 사촌 형 종근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는 선영의 모든 것은 가짜다. 실종 당일, 은행잔고를 모두 인출하고 살던 집의 지문까지 지워버린 선영의 범상치 않은 행적에 단순 실종사건이 아님을 직감하는 종근은 선영이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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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감독의 <화차>는 발표된 지 1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35만 원이었던 사채 연체액이 금세 8천만 원으로 불어나는 신용사회의 어두운 측면이나 가까운 이를 의도적으로 해함으로써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다른 이의 신분을 도용하는 유령인간의 존재 등, 이 영화가 묘사하는 세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소액 신용카드 연체로부터 시작된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 강선영이나 공장 운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쓰게 된 사채의 불똥이 산불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한 차경선 가족의 이야기는 오늘 뉴스에서 만난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버블경제가 파산한 직후인 199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을 변영주 감독은 IMF 사태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한 2000년대 한국의 현실에 적합하도록 전반적으로 손봤고, 주인공 또한 형사에서 실종자의 남자친구로 바꿔 박진감을 강화했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관점에서 봐도 <화차>는 쫀쫀한 얼개와 빠른 전개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영화다.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라는 세 주역 배우 외에도 단역으로 등장하는 무명 시절의 진선규, 김민재, 박해준이 인상적이며, 특히 이희준은 짧은 등장 분량에도 불구하고 큰 존재감을 보여준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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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BYUN Young-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