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는 처형당한 오빠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홀로 타이베이로 향한다. 연고도 돈도 없는 낯선 도시에서 그는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지만, 위기의 순간 군인 쿵타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가난한 처지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뜻밖의 우정을 쌓아간다. 그리고 오빠의 제대로 된 장례를 위해, 위험과 추격이 도사린 여정에 함께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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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현대사에서 가장 끔찍한 사건은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이 일으킨 1947년의 '2·28 사건'일 것이다. 이 일로 정부 공식 집계로만 봐도 2만 8천 명의 '내성인'(대만 현지 주민)이 희생당했다. 대만인들은 이 사건을 시작으로 1987년 계엄령이 해제될 때까지 국민당이 정치적 억압을 가하던 시기를 '백색 공포 시대'라고 부른다. 허우샤오셴의 <비정성시>(1989)를 비롯해 욘판의 <눈물의 왕자 Prince of Tears>(2009), 쉬한창의 <반교: 디텐션>(2019) 같은 영화가 이 대만 역사의 가장 비극적인 시대를 그려 왔으며, 천위쉰 감독의 <안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뒤를 잇는다. 이 비극을 허우샤오셴과 욘판이 대서사극으로, 쉬한창이 호러 장르로 보여준다면, 노련한 감독 천위쉰은 멜로 정서와 코미디를 결합한 휴먼 드라마로 구축했다. 이 영화는 백색 공포 속에서 사망한 오빠의 시신을 찾으려는 소녀 위에의 처절한 투쟁기이자, 우연히 만나게 된 전직 군인이자 인력거 기사 쿵타오와 위에가 자욱한 안개에 가려진 세상을 헤쳐가며 우정과 연대를 나누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랜 경륜을 가진 감독이 만든 작품답게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예스런 감성을 품고 있지만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열린 62회 금마장시상식에서 최우수극영화상과 각본상 등 4개 상을 휩쓸었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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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위쉰
CHEN Yu-H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