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살구
뱀파이어 웹툰을 그리는 김정서는 엄마 최미영이 건넨 차용증이 붙은 색소폰을 들고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서 벌교횟집을 운영하는 김영주에게 아파트 계약금을 받으러 향한다. 정서는 그곳에서 가깝지만 낯선 가족들의 욕망에 휘말린다. 자신의 뿌리와 흔들리는 현재를 마주한 정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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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쉬한 오프닝으로 시작한 흡혈귀 이야기에 호기심이 고조되는 순간, 영화는 곧 현실 세계가 더 피 터지게 잔인하다는 걸 일깨운다. 누군가의 생을 빨아먹고 사는 길이 제일 쉽다는 환상 고전을 21세기 한국형 뱀파이어 이야기로 번역하면 결혼을 전제로 한 부동산 투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간 역사의 미스터리, 가족. 경제이익 공동체이자 감정 공동체인 가족은 때론 남보다 잔인하여 돈으로라도 서로를 묶어 두려 하지만 그것은 보호막을 잃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은빛살구>는 문제가 있는 가족, 사랑을 믿지 않는 존재라는 통속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두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의 본질을 잃지 않고 경쾌하게 세상을 맞닥뜨리는 주인공 정서를 그린다. 남의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는 피를 못 먹거나, 십자가, 마늘로 인해 죽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내 운명을 맡겨야 하는 것 자체가 족쇄이자 죽음인 것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이전 세계를 파괴하거나, 그 안전함을 벗어나 틀 밖으로 나아가는 수에 없다. (문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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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Academy of Film Arts(KAFA)⎜hee0@kofic.or.kr
장만민
JANG Man-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