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KBO 30승의 전설 장명부와 세상에 지워진 야쿠자 친동생 장용부. 마운드의 빛과 뒷골목의 그림자로 엇갈린 두 형제는 재일교포라는 차별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투쟁했다. 형의 화려한 영광과 비참한 몰락, 그 곁을 맴돌던 동생의 시선을 통해 최초로 드러나는 비극적 가족사. 미공개 기록과 생생한 증언, 그리고 KBO 아카이브가 교차 편집되며 역사가 외면한 디아스포라의 진혼곡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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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지난해 1천 2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하면서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지만, 개막하던 1982년 이러한 미래를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경기 수준도 형편없었다. 그때 등장한 장명부라는 재일교포 투수는 당시 프로야구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기량을 발휘하며 지금도 깨지지 않는 대단한 기록들을 만들었다.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에 영입된 그는 팀당 100번의 경기가 치러진 그해, 48 경기에 선발 등판해 38 경기를 완투했고 이중 28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으며 구원 등판에서 거둔 2승을 더해 총 30승을 기록했다. 전설이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기록들을 만들어냈는데도 장명부는 한국에서 그리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데뷔 초 능글능글한 태도로 공을 던진다고 '너구리'라는 별명이 붙여졌을 때부터 훗날 필로폰 투약으로 추방될 때까지 장명부는 한국에서 영원한 이방인이었다. <장명부, 현해탄의 낙엽>은 그의 이복동생 장용부의 시점으로 형의 삶을 재구성하는 다큐멘터리다. 재일교포라는 차별을 덜 당하기 위해 야구선수가 된 형과 달리 야쿠자의 길을 택한 그는 형과 멀리 떨어져 지냈지만 유일한 혈육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장명부의 삶을 들려준다. 이 영화는 그의 목소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장명부의 고향 선후배, 야구 동료들, 한국 야구 관계자들의 다채로운 증언도 엮었다. 2005년 자택에서 심부전으로 사망한 장명부의 곁에서 발견된 쪽지에는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영화는 한때를 풍미했던 야구선수 이야기이기도, 고국에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재일교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불운했던 삶조차도 끌어안고 낙엽처럼 지고만 한 인간의 이야기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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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곤
Paul Young-go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