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 수리공 형만은 평생 연애도 하지 않고 좁은 작업실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에게 세상이란 시계 부품처럼 저마다의 작동원리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돌아가는 곳이다. 톱니바퀴 하나 어긋나면, 모든 것이 무너지는.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사기를 치고 도망간 친구의 연락이 온다. 이제 말기 암이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용서를 빌던 친구는 형만에게 자신의 딸을 보살펴 줄 것을 부탁한다. 형만은 친구의 유언을 외면하지 못하고 친구의 딸 남은을 찾아가고, 우연한 방문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게 된다.
제공: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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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러브>는 안성기 입장에서 또 다른 도전과도 같은 영화였다. 젊은 시절에야 숱한 로맨스 영화에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 그에게 멜로 연기를 주문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 전세금을 뺀 자금을 투자해 임전무퇴의 자세로 첫 상업영화인 <페어러브>에 임한 신연식 감독은 안성기에게 멜로 연기를, 그것도 친구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연기를 부탁했다. 뜻밖의 사랑 고백에 민망해하고 쑥쓰러워하다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인 뒤 어수룩하지만 진지하게 사랑에 몰입하는 중년 남자의 모습은 안성기라는 배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또한 순간순간 드러나는 소년의 표정은 상대 배역인 남은과의 상당한 나이 차이에 대한 거북스러움을 어느 정도 상쇄해 줬으니 그의 도전은 성공한 셈이다. 물론 자신의 연애담을 영화 안에 녹여낸 신연식 감독의 담백한 연출과 아버지뻘 남성과의 연애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 남은 역의 이하나도 이 영화를 빛낸 주역들이다. 신인 배우 시절의 정성일과 유인나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즐겁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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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 Yeon-shick | woodyshin@hanmail.net
신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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