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공순이다. 나는 그게 창피해 오래 외면했다. 서른이 넘어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카메라를 들고 일터의 엄마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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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순이'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경공업으로 산업화 기반을 다지던 60~70년대, 지방의 수많은 여성들은 대도시에 자리한 공장에서 야근, 특근, 철야를 가리지 않으며 빈곤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공순이>의 주인공 김공순 씨는 이름처럼 '공순이'로 살아온 사람이다. 가난한 집안의 큰딸로서 어린 날 부산 신발 공장에서 일했고 결혼 생활이 잘 안 풀리면서 공사장에 나가 가족을 부양했다. 게다가 김공순 씨는 '공순이'라고 불리기 한참 전부터 '버버리('언어장애인'의 부산 사투리) 딸'이라고 불렸으니 그 서러움은 두말할 것이 없다. <공순이>는 유소영 감독이 엄마인 김공순 씨의 삶을 밀착해 촬영한 결과물이다. 이 촬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딸은 엄마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어린 시절 감독은 엄마가 항상 돈 이야기를 하며 아빠를 괴롭혔다고 여겼지만 이제 그 오해가 풀린다. 유소영 감독은 영화 상당 장면에 등장하기도 한다. 감독은 엄마의 사적인 삶은 물론이고 공적인 삶에서도 가장 소중한 동반자 역할을 한다. 딸이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가 딸의 앞날을 걱정하는 영화 속 순간들은 감동적이다. 동시에 이러한 친밀감은 다큐멘터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객관성이 무뎌지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엄마가 촬영을 의식하면서 좋은 '그림'을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는 양날의 검이다. 엄마는 제3자에게 꺼내지 않았을 이야기를 큰딸에게 기꺼이 털어놓으며, 자기 안에 가둬 뒀던 감정 또한 딸과 술 한잔하는 사이에 솔직히 드러낸다. 감독이 프랑스로 유학을 간 뒤 엄마가 자신을 촬영하는 장면에서 엿보이는 외로움과 쓸쓸함은 이 모녀 관계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것 같다. <공순이>는 김공순 씨의 삶을 죽 따라가며 볼 수 있는 '쉬운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삶의 굴곡이 하도 고달파 한숨을 지으면서 보게 되는 '어려운 영화'이기도 하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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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영
YU So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