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10년, 팡춘슈는 다시 한번 꿈을 놓치고 만다. 청두로 돌아온 그는 어머니와 고향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던 중 외지인 왕둥둥이 나타나고, 그에게 고향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시작을 받아들일 기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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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슈>와 특별상영작인 <루오무의 황혼>(2025)은 쌍둥이 같은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쓰촨성의 도시에서 촬영됐고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같으며 어느 정도 비슷한 주제를 공유한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춘슈>를 먼저 떠올렸던 장률 감독은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이 영화 촬영을 마쳤으나 휴식을 위해 찾은 어메이산(峨眉山) 인근 소도시 루오무(罗目)에서 즉흥적으로 새 영화를 구상했고 배우들을 다시 소집해 곧바로 <루오무의 황혼>을 찍었다. <중경>(2007), <이리>(2008), <두만강>(2009), <경주>(2014),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 <후쿠오카>(2019), <야나가와>(2021)처럼 장률 감독은 특정한 장소에서 비롯되는, 또는 어떤 장소가 필연적으로 발설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아왔다. <춘슈>도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배경은 인구 2천만 명이 넘는 거대한 도시 청두 전체가 아니라 한때 영광을 누렸으나 이제 쇠락하다 못해 철거 직전의 운명인 어메이영화스튜디오다. 베이징에서 배우의 꿈을 꾸다 오디션에서 떨어진 뒤 고향인 청두로 돌아온 주인공 팡춘슈는 이 스튜디오 주변에 방을 얻는다. 관계가 매우 소원한 어머니, 어릴 적 그에게 연기를 가르쳐준 스승 장메이와 그의 아들 동 또한 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인물들이다. 이 영화의 핵심에는 정체성, 그리고 그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언어가 있다. 춘슈가 오디션에 떨어진 것은 청두 사투리를 쓸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의 연기스승 장메이는 배우는 표준어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기에 춘슈는 어린 시절부터 청두 사투리를 모른 채 자랐다. 게다가 동은 상하이 출신인 탓에 영화에는 세 언어가 얽히곤 한다. 장률 영화에는 항상 뿌리 없이 떠도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춘슈와 동은 언어의 뿌리가 없어 부유하게 된다. 이야기 또한 장률 감독의 전작에서처럼, 치밀한 내러티브 구조 없이 슬렁슬렁 물 흐르듯 진행된다. 영화 중반은 춘슈와 동이 '썸' 타는 내용이 주를 이뤄 멜로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춘슈 역의 바이바이허, 동 역의 왕촨진, 장메이 역의 류단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루오무의 황혼>과 비교하면서 보기를 강력 추천한다(만약 티켓을 구할 수만 있다면!). 지난해 도쿄국제영화제 감독상, 남우주연상(왕촨진) 수상작.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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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jing Monar Films Limited | yiranss88@gmail.com
장률
ZHANG 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