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는 3년 전 아무 말 없이 사라졌던 남자친구로부터 중국 남서쪽 어느 작은 마을에서 온 엽서를 받는다. 의심과 망설임 끝에, 바이는 결국 그 마을로 가보기로 결심하고, 진실을 밝혀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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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신설한 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루오무의 황혼>은 불교 명산인 어메이산(峨眉山)에 안겨있는 작은 도시 루오무(罗目)를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는 청두에서 <춘슈>를 촬영한 뒤 루오무에서 휴식을 취하던 장률 감독이 갑자기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만들어졌다. 시놉시스 한 장에 설득된 바이바이허, 류단, 황젠신 등 <춘슈>의 배우들이 황급히 루오무로 찾아왔고, 다른 스케줄이 있었던 왕촨쥔은 전화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이야기는 전 남자친구 왕으로부터 3년 전 '루오무의 황혼'이라는 글자만 적힌 엽서를 받은 바이가 그의 흔적을 쫓는 과정을 담는다. 짐작하겠지만 어슴푸레한 왕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은 결국 바이가 대면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느슨한 구조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좇다 보면 감독 특유의 유머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만나게 된다. 이 영화에서 핵심적인 키워드는 제목에도 등장하는 '황혼'이라는 단어다. 이 황혼은 영화에서처럼 '석양 공원'에서 바라보는 루오무의 진풍경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보면 삶의 허무와 고독 등을 의미한다. 영화에도 인용되는 루쉰의 시 '그림자의 고별'에는 "황혼인지 여명인지를 나는 모른다⋯ 만약 황혼이라면, 어두운 밤은 물론 나를 그 속에 잠기게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글의 화자인 그림자가 밤이 되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 맥락에서 <루오무의 황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 황혼녘에 자리했다고 볼 수 있다.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거나 시달리고 있는 바이와 류의 삶이란 자칫 어둠 속으로 잠길지도 모를 운명이다. 이 황혼 속 사람들이 상처를 끌어안은 채 아등바등 버티고 있는 모습을 너른 시야 안에 담아내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은 촬영이다. 영화에 '가짜 조선족'으로 출연까지 하는 촬영감독 피아오송리의 총기 넘치는 작업은 영화에 큰 힘을 얹어준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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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ngdu Lu Films Co., Ltd. | drjinpeng@vip.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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