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택시 기사 성준은 아내와도 멀어진 채 무감각한 일상을 버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배우 지망생 민아와의 인연은 굳게 닫힌 그의 마음을 조금씩 흔들고, 끝내 멈춰 있던 삶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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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만큼 비참하고 끔찍한 게 있을까. 게다가 그것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적 참사에 의한 것이라면 그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비참한 지경이겠는가. <필링>의 한 축인 택시기사 성준은 이태원 참사에서 아이를 잃고 3년째 폐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시종일관 텅빈 눈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그는 이태원만큼은 피해서 운행하고 있고, 가끔 별거 중인 아내의 상태를 살핀다. 당연히 잠도 편하게 이루지 못한다. 이 영화의 다른 축에는 배우 지망생 민아가 있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포기하고 배우가 되기 위해 밑바닥 자리에 다시 선 그는 새벽부터 밤까지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꿈을 이루고자 노력 중이다. <필링>은 아무 관계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승객과 기사로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게 아주 작은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는 과정을 보여준다. 만취한 민아가 자신의 차에 실례를 했지만 도리어 숙취 해소제를 챙겨준 성준의 행동은 민아로 하여금 보답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고, 20대 초반인 민아의 책임감 있는 어른스러운 행동은 성준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안겨준다. 정형석 감독 영화에서 항상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하는 연극 무대는 이 영화에서 성준의 내면 변화를 매개하는 삶의 무대로 나타난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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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석
JUNG Hyung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