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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라인은 이름 그대로 우리가 안고 있는 '최전선'의 이슈들과 테마, 그리고 예술적인 시도들을 큐레이팅한 섹션이다. 올해 선정된 영화들에는 분명한 키워드가 존재한다. 바로 '공존'이다. 작품들은 마땅히 인정되어야 할 공존의 가치가 부정되거나 무너졌을 때 일어나는 참상과 학살, 그리고 희생과 비극을 그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쟁, 예를 들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소개될 영화는 공동체 곳곳에서 필요한 공존의 다양한 형태, 그리고 그 마땅함과 고귀함에 대해 역설하는 작품들이다.
작년 칸영화제의 감독주간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스라엘 출신의 감독 나다브 라피드의 <예스!>와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리투아니아 출신의 감독 안드리우스 블라제비추스의 <전쟁 중에 이혼을 한다는 것>은 각각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배경으로 한 커플의 이야기를 담는 작품들이다. 전쟁 중이지만 일상을 지켜 나가야 하는 소시민을 그린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공통점을 갖지만 전자는 이스라엘 출신의 감독이 가자 지구의 참상을 애도하고 이스라엘 권력층을 풍자하는 우화적 작품이라는 점에서, 후자는 이혼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딜레마를 통해 전쟁의 비극을 병치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극명하고도 흥미로운 대척점을 갖는다.
퀴어 시네마의 전설 바바라 해머를 조명한 브라이디 오코너 감독의 <바바라 포에버>와 10대 트랜스젠더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그린 렉시 빈, 로건 로조스 감독의 <우린 무엇이 될까?>는 각각 미국 내 퀴어 아티스트의 행보와 트랜스 소년의 자살 문제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 최연소 감독인 트랜스젠더 연출자 빈과 로조스는 이번 데뷔작에서 트랜스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사실적이고도 도발적으로 그려낸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들의 눈부신 현재를 응시하고 있노라면 바바라 해머가 199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한 데뷔작이자 소외된 LGBT를 다룬 퀴어 다큐멘터리의 초석 <나이트레이트 키스 Nitrate Kisses>(1992)가 떠오른다. 빈과 로조스, 그리고 오코너 작품의 상영은 퀴어 아이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훌륭한 '대화'가 될 것이다.
노동인권을 조명한 흥미로운 작품들도 마련된다. 인권운동가이자 영화감독 파르시팔 레파라토의 <그녀: 공장의 전사들>은 베트남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한 다큐멘터리다. 특히 가상의 생산 라인에서 이들이 직접 재현하는 노동 '퍼포먼스'는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노동자의 고통을 전달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도미니크 몰의 극영화 <사건번호 137>은 노란 조끼 운동의 시위 중 벌어진 경찰에 의한 총격 사건을 파헤치는 영화다. 전자가 노동자의 시선에서 시스템의 불능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면 후자는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의 시선으로 공권력의 무능함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중국 국민당 통치 아래의 대만 사회를 한 소녀의 시선으로 그린 대만 감독 천위쉰의 <안개가 들려주는 이야기>, 히스패닉 중심의 인종차별 운동과 치카노 문화 운동을 주도해 온 <라 밤바>(1987)의 연출자 루이스 발데즈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파추코: 루이스 발데즈의 전설>, 아르헨티나 원주민 토지권 투쟁의 지도자였던 하비에르 초코바르의 살해 사건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식민지 역사를 치밀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 루크레시아 마르텔의 다큐멘터리 <우리의 대지>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거나 반복되고 있는 폭력과 비극의 역사를 서로 다른 시대와 인물, 그리고 문화권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뛰어난 작품들이다.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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